17일 채용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 중 하나는 물류·배달업종이다. 시민들이 감염을 우려해 외출을 삼가면서 온라인쇼핑과 배달음식 주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찾은 서울 최대 물류센터 중 한 곳인 송파구의 서울복합물류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류센터 업무에 뛰어든 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송모(26)씨는 불과 며칠만 해도 태권도학원 강사로 일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원생들이 크게 줄어들자 학원에서는 그에게 한 달 만 급여를 받지 않고 일해줄 수 없느냐고 부탁해왔다. 송씨는 “무급으로 일하기에는 생활비가 빠듯해 다른 학원들을 알아봤지만 사정이 다 비슷했다”며 “하는 수 없이 물류센터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도 다니던 무역회사가 이달 들어 무급휴직에 돌입하면서 지난 3일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2월만 해도 월급이 줄어도 유급휴직이라 그나마 버틸 수 있었지만 이달부터 무급으로 바뀌면서 아예 회사를 그만뒀다”며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단기 아르바이트가 가능한 배달기사로 뛰어드는 20~30대 청년들도 늘고 있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발병 직전의 배달기사 증가율(15%)이 발병 이후에는 35%로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인력사무소의 문을 두드리는 청춘들도 많아졌다. 대학 시절 전공한 성악 과외로 생계를 이어오던 한모(28)씨는 코로나19 이후 일감이 없어지면서 최근 인력사무소에 이력서를 냈다. 한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모집공고를 보고 찾아가도 5~6명씩 지원자가 몰려 있다”며 “차라리 마음 편하게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 사무소를 찾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요즘에는 확실히 20~30대가 늘었다”며 “하지만 일자리경쟁도 심해져 예전에는 누구나 받아주던 공장도 이제는 경력자만 받겠다며 돌려보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구인·구직업체 알바몬에 따르면 이달 1~13일 20~30대의 1개월 이하 단기일자리 지원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학원가와 요식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단기일자리를 찾는 20~30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산업군이 타격을 받는 가운데 그나마 일감이 늘고 있는 배달·물류업종으로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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