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출신 변호사가 퇴직 전 근무한 기관 사건에 대한 수임을 제한하는 기간을 늘리고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에 나서는 변호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의 법률 개정이 추진된다. 또 변호사가 검사에게 전화변론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검찰에서 이뤄진 변론 내역을 사건당사자에게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17일 법무부는 이같은 방안을 담은 ‘법조계 전관특혜 근절방안’을 발표했다.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전관 변호사들의 활동을 수사 밀행성 등을 침해하지 않는 정도에서 투명화하는 게 핵심”이라며 “이러한 활동을 드러내놓으면 우리 사회가 어떤 것까지 받아들일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먼저 고위 공직자 출신 전관 변호사의 수임 제한 기간을 1년에서 최대 3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예컨대 퇴직 1년 전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한 검사가 퇴직하면 서울중앙지검 관할의 경찰서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는 사건은 1년 간 수임할 수 없었는데 이를 3년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재산공개대상자인 1급 이상 공무원, 검사장, 고법 부장판사, 치안감, 지방경찰청장이 3년을 적용받는다. 2급 이상 공무원, 지법수석부장판사, 고검부장검사, 지검차장검사 등은 2년이다. 이들은 기관업무기준 취업심사대상자다.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하는 일명 ‘몰래변론’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1년 이하의 징역·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되는 몰래변론 처벌 범위를 기존 ‘조세포탈·법령회피 목적’에서 ‘정당한 이유 없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조세포탈·법령회피 목적의 경우는 2년 이하의 징역·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한다.
또 앞으로 전화변론은 주임검사의 요청이나 긴급한 사정이 있을 때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되게 할 예정이다. 전결권자의 상급자에 대한 전화·방문 변론은 부당한 검찰권 행사를 시정하는 취지의 외에는 금지된다. 해당 상급자는 변호사가 전화변론을 시도하면 ‘주임검사에게 서면을 제출하라’고 안내해야 한다.
법무부는 사건당사자에게 변론활동 내역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 형사사법시스템’ 홈페이지에서 당사자들이 사건번호를 입력하면 변호인의 변론활동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특별한 변론 없이 고액의 수임료를 받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전화변론 규제의 경우 검사들이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자진해서 밝히지 않으면 적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그러한 규정이 생기면 징계사유가 되기 때문에 검사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고, 또 검사들도 마뜩잖은 전관 변호사의 전화를 거절할 명분이 생기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수임 제한 기간 확대의 경우 ‘로펌 카르텔’을 강화하는 역효과가 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대형로펌 내에서는 전관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를 앞세우고 변론을 도울 수 있다. 개인 변호사 사무실은 이런 꼼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관을 찾는 의뢰인은 로펌으로 더욱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부는 몰래변론이 의뢰인의 신고 등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로펌 변호사들도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검사장 출신 박민표 변호사는 “요즘에는 몰래변론이 거의 없다는 인식도 있다”며 “공익단체나 변호사협회 등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도 전관예우 근절대책을 담은 개정 법관 및 법원공무원 행동강령을 오는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현직 판사가 퇴직한 지 2년이 안 된 전직 법관과 골프·여행·사행성 오락행위 등 사적으로 만날 땐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또한 법관 및 법원공무원이 본인 또는 그 가족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맡게 되면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종전엔 상급자 등과 직무의 회피 여부를 상담한 뒤 처리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서면신고가 의무화된다. 아울러 직무와 관련 있는 이에게 사적 노무를 제공 받거나 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또 법원 고위공직자는 임기를 시작하기 전 3년간 민간분야 활동 내역을 제출해야 하며, 관련 가족의 채용 및 수의계약 체결에도 제한이 가해진다. /조권형·이희조·박준호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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