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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책은 예술인가 재앙인가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추경, 중독처럼 되풀이하다보니

정작 긴요할때 크게 사용못할판

한은은 금리인하 시기까지 놓쳐

정책은 때와 규모 가려 시행해야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금 세계는 전염병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전파 속도로 볼 때 조만간 종식될 것 같지가 않다. 전염병의 속성상 무차별적이니 조심하고 예방하는 것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어 보인다. 전염병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누가 의도한 것도 아니니 서로 비난하고 손가락질할 이유도 없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생명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다. 지켜내는 것이 우선이다.

이 와중에서 가장 큰 걱정은 경제이다. 경제가 순환이라고 가르치면서도 그것이 끊기는 상황을 목도하게 되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금 여력이 있는 큰 기업은 그나마 견뎌낼 체력이 남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소상공인과 서민들이다. 경제가 좋아도 쉽지 않을 터인데 경제활동이 멈추다시피 한 상황이니 그 어려움이 오죽하겠는가. 위로의 말을 하려 해도 할 말을 찾기가 어렵다.

정책을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사용할 때와 절제할 때를 예술적으로 가려야 함을 지적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분명 절제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지난 3년 가까이의 정책이 발목을 잡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매년 추경을 편성했다. 확대 편성한 예산에 더해 습관적으로 나라 곳간을 비운 것이다. 절제를 잊은 헛발질의 연속이었다고밖에 달리 말하기 어렵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어불성설을 나라 경영의 원리로 내세워 경제를 돌덩이로 만들더니 정부 재정은 위기에 운신할 수 없는 체질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경제구조와 재정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것은 평상시에도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에 더욱 요긴하다. 지금의 불황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 지난 두 해 동안 외국의 경제사정이 좋은데도 우리는 오히려 힘들었는데 모두가 힘든 시국에 더 나아지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추경예산의 편성은 당연한 것이다. 지난 두 번의 추경을 참고 지금 모두 몰아서 편성했다면 예술이라고 해도 좋았을 것 같다. 특별한 용도도 없는 추경을 무슨 중독처럼 되풀이하다 보니 정작 긴요할 때 크게 사용할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념에 사로잡힌 정치인들과 무지한 경제학자들이 뭉치니 경제는 멍이 들고 나라 곳간에 찬바람이 도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어떤가. 지난 1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려 0.75%로 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한국은행의 정책은 재앙 수준이다. 지난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당연히 금리를 인하했어야 했다. 경제가 더 나빠질 때를 지켜보겠다는 중앙은행이 한국은행 빼고 어디 있나. 부동산 때문에 그랬다는데 그런 이유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할 때 내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관리하라고 중앙은행이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런 시국에.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참으로 만화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한국은행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자의식도 없는 것 같다. 예술에는 코미디도 포함될 것이니 한두 번 실기하는 것은 그런 우스개로 보아 넘길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어떻고 그런 핑계도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총재를 비롯해 한국은행 당국자들에게 중앙은행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심각하게 되돌아볼 것을 권고하지 않을 수 없다.

불황과 정책실패의 부담은 늘 약자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나라에서 정책이 예술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예술이 마음을 치료하듯이 춥고 배고프고 길에 나앉는 국민을 위해 때와 규모를 가려야 한다는 인식 정도도 없으면 정책은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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