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헌법재판소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개헌안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푸틴 대통령은 대선 5선 도전의 큰 걸림돌을 제거해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열어놓았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헌재는 이날 연방 상하원이 지난 11일 가결한 개헌안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헌재의 합헌 판결을 받은 개헌안은 오는 4월22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때 찬성표가 과반에 달하면 정식 발효된다.
발렌티나 테레슈코바 하원의원이 제안한 이 개헌안은 대통령의 임기를 두 차례로 제한하면서도 2024년 대선 때 모든 출마자의 기존 임기를 ‘제로(0)’로 계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2024년 네번째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의 임기도 백지화돼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된다.
2000~2008년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수행한 푸틴 대통령은 3연임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에 따라 총리로 물러났다. 이후 2012년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에 복귀해 2018년 재선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집권을 이어왔다. 기존 헌법대로라면 푸틴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지만 개헌안이 최종 채택될 경우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두 번 더 수행할 수 있다. 현재 68세인 푸틴 대통령이 84세까지 집권할 길이 열린 것으로 사실상 종신집권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러시아 정치·사회연구소인 ‘인소마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푸틴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할 경우 57%가 그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답해 그의 5기 집권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