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파장에 대처하기 위한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를 구성했다. 첫 회의는 오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팀은 물론, 청와대 경제 참모들과 더불어민주당 핵심 인사들, 외부 전문가들까지 참여하는 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이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양상이 더욱 심각하다”며 이 같은 비상 조치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비상경제회의 성격과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특단의 대책과 조치들을 신속히 결정하고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며 “정부는 비상경제회의가 곧바로 가동할 수 있도록 빠르게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상경제회의는 비상경제시국을 헤쳐나가는 경제 중대본”이라며 “코로나19와 전쟁하는 방역 중대본과 함께 경제와 방역에서 비상국면을 돌파하는 두 축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경제’와 ‘방역’이라는 두 축의 키를 직접 쥐고 이 사태를 지휘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비상경제회의의 성격은 ‘신속성’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 경제팀-청와대 참모-외부 전문가의 의견이 오가는 과정에서의 ‘비효율성’을 최대한 줄이고 대통령이 직접 수시로 의견을 듣고 결정도 빠르게 내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책 결정 구조의 단순화와 ‘적시 대응’이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인적 교류가 끊기고, 글로벌 공급망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어 경제적 충격이 훨씬 크고 장기화될 수 있다”며 “미증유의 비상경제 시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비상경제회의의 구체적 운영 방식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방식이 일부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외환위기 직후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고 재경장관, 산업자원장관, 노동장관, 기획예산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및 경제수석, 대통령이 지명하는 2인 등 10인이 참여하는 경제대책조정회의를 구성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비상경제대책회의’가 가동됐는데 당시에는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한은 총재, 경제특보, 경제수석, 국정기획수석 등이 멤버로 참여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을 찾아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경제장관회의에서 운영방식을 언급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참석자와 어떻게 운영할지를 부총리가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취약계층 지원’에 주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는 향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발표할 정책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가장 힘든 사람들에게 먼저 힘이 되어야 한다. 취약한 개인과 기업이 이 상황을 견디고 버텨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주장하는 ‘재난 기본소득’ 개념의 지원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계 각국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게 될 것이다. 그 계기를 우리 경제의 경기 반등 모멘텀으로 만들어내는데 역량을 집중해 주기 바란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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