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기업의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대학 온라인 강의가 본격 시작되면서 카페가 직장인과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직장인과 학생들이 각각 일터와 교실의 대안으로 카페를 선호하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시작한 기업들은 사태가 장기화하자 재택근무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15일까지 예정된 재택근무를 오는 이달 말까지로 연장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도 27일까지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다. 대학들은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온라인 강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택근무나 재택수업을 해야 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카페로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기업의 인사팀에서 일하는 김모(34)씨는 “집이 좁고 불편하다”며 “집에서 거의 일을 안 해 집에 책상이 없다”고 전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모(21)씨도 “집에서는 도무지 집중이 안 된다”며 “중간중간 음료나 디저트를 시킬 수 있어 자취방보다 밥 먹기도 편해 일부러 나온다”고 말했다.
카페가 오히려 붐비는 현상에 점주와 직원은 “손님이 와주는 것만으로 고맙다”면서도 일부 고객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마포구 성산동의 카페 점주 이모씨는 “일하러 왔는데 와이파이가 잘 안 된다며 성내는 손님이 있었다. 와이파이를 고칠 때까지 내 휴대폰으로 모바일 핫스팟을 이용하게 했다”고 말했다. 한 카페 직원은 “음악 때문에 일에 집중이 안 된다며 음악을 꺼달라는 손님도 있다”고 했다.
장기간 이용객도 문제다. 합정역 부근의 카페 점주는 “동네 장사다 보니까 안 좋은 소문이 나면 매출에 타격이 크다”며 “두 시간마다 음료를 주문해주기를 바라지만 3~4시간은 봐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카페 점주도 “커피 한잔에 멀티탭을 가져와서 전기를 쓰고, 7~8시간 앉아 있어도 뭐라고 말을 못한다”고 했다.
재택근무와 재택강의를 권했는데 되레 카페에 사람이 몰리면서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카페 이용객들이 서로 모여 있는데다가 음식물 섭취를 이유로 마스크를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재학생 최모(23)씨는 “개학을 연기한 이유가 사람 많은 곳에 모여 있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국방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지만 불가피한 경우 개인위생에 철저히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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