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 분식회계를 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으로 열린 재판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 주체’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에피스는 지난 2012년 삼성바이오와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18일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삼성바이오 측 대리인은 “쟁점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에피스를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과 공동 지배했는지, 단독 지배했는지 여부”라며 “(삼성바이오가) 단독 지배했다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피스를 삼성바이오와) 연결회계 처리한 것은 회계 기준에 부합한다”면서 “회계기준에 대한 오해로 (증선위의 행정처분이)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결회계란 지배 또는 종속 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연결해 하나의 재무제표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에피스는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의 종속회사(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됐고, 연결회사에서도 제외됐다.
증선위 측은 에피스 지배 주체와 관련해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이 실질적인지 아닌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오젠은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50%-1’주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증선위 측 대리인은 “바이오젠이 50%-1주 콜옵션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지만 (정관에선) 보통 52%가 결의 조건이라 어떤 한 회사가 (의사를) 단독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 측(삼성바이오 측)은 에피스의 가치가 높아야만 콜옵션을 반영한다는데 회계기준 어디에도 이러한 기준은 없다”며 “행사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높으면 콜옵션을 행사해도 손해기 때문에 이런 경우 실질적인 권리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삼성바이오 측은 “회계기준에 대한 판단은 모든 사정과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히 콜옵션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당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회계기준을 변경하면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했다. 2012~2014년 바이오젠이 에피스 콜옵션 부채를 공시하지 않아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가 2015년 콜옵션 부채를 인식하고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해 약 4조5,000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본 것이다.
이에 증선위는 지난 2018년 11월 삼성바이오 주요 경영진에 대한 해임 권고와 함께 과징금 80억원 부과, 검찰 고발 등 행정처분을 내렸고, 삼성바이오는 이러한 조치가 부당하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이 사건 관련 소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와 행정13부에 배당돼 있다. 행정3부가 다루는 이 사건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5월1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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