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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강을 건너는 법, 책으로 만나다

[집콕을 위한 문화家산책-서적]

공포 이긴 나눔과 연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공생의 지혜 들려주는

에세이·인문서 등 눈길

지난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민의 이동을 제한한 가운데 자가 격리 중이던 시민들이 발코니로 나와 이웃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의 한 공동주택. 주민 중 한 사람이 정원으로 나와 신호를 보내자 이웃들이 하나 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민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손뼉을 치며 함께 환호했다. 중국에 이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면서 전국 봉쇄조치까지 내려진 국가의 시민들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은 표정이다.

최악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을법한 이들이 웃을 수 있는 이유가 뭘까. 힌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버려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감염병의 위기 속에서 사람들과의 연대는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준다.

한국 역시 부족한 물건을 나누고, 서로 위로와 격려를 건네면서 힘겨운 날들을 버텨오지 않았나. ‘위기의 강’을 건널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결국 나눔과 연대의 힘이다. 우울감이 커질 수 있는 시기, 주요 출판사의 추천을 받아 공생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며 스스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



문학동네는 코로나 사태로 지친 마음을 달래줄 책으로 ‘아몬드(손원평 지음, 창비 펴냄)’‘적당한 거리(전소영 지음, 달그림 펴냄)’ ‘버티는 삶에 관하여(허지웅 지음, 문학동네 펴냄)’를 추천했다.

소설 ‘아몬드’는 어린 시절 사고로 가족을 잃어버리고, 감정까지 사라진 소년이 다시 눈물을 찾고 사람에게 기대어 가는 이야기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은 “우리가 무뎌지지 말아야 할 이유, 서로에게 살아가는 이유가 돼줘야 할 이유에 대해 들려주는 책”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식물을 주제로 한 글과 그림을 담은 ‘적당한 거리’는 보만 해도 힐링이 되는 예쁜 책이다. 집에서 키우는 화분을 매개로 사람 사이에 상처를 주고 받지 않을, 그러면서도 혼자는 되지 않을 적당한 거리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의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드러나지 않았을 뿐 모두 자기 삶의 무게를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고 있다고 전한다. 저자는 “우리는 모두 상처받으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상처는 상처고 인생은 인생이다. 짊어지고 껴안고 공생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할 뿐”이라며 홀로 좌절하지 말고, 담담하게 인생을 살아가자고 제안한다.



창비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한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도하타 가이토 지음, 다다서재 펴냄)’을 추천했다. 일본 임상심리학자가 쓴 이 책은 “서로에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그 손을 마음 편히 잡을 수 있는 사회를 그리게 하는 책”이라고 박주용 창비 편집부 팀장은 소개한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유 지음, 돌베개 펴냄)’은 장시간 노동과 사내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장실습생, 그로 인해 가슴에 비수가 꽂힌 부모,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재학생·졸업생의 인터뷰 등을 엮은 책이다. 일상을 사는 이들이 평소엔 별 관심을 두지 않지만 한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슬픔, 분노, 아픔이 담겨 있다. 이 밖에 30대 여성의 삶과 성장을 그린 만화 ‘기분이 없는 기분(구정인 지음, 창비 펴냄)’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김영사는 자사에서 출간한 ‘습정(정민 지음)’등 3권을 추천했다. 고전학자 정민의 신작 ‘습정’은 두려움과 우울감의 그림자가 커진 요즘, 내면을 고요하게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개인의 탐욕은 내려놓고,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바른 모습을 찾자는 게 저자의 목소리다.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정여울 지음)’는 자책과 불안 등의 마음앓이를 하다가 스스로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된 저자가 독자에게 현실적 처방을 전하는 에세이다.

‘보살핌의 인문학’은 달라이 라마와 타니아 싱어 등이 여러 분야의 인사들이 자본주의의 힘에 눌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보살핌’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궁극적인 것은 사랑과 연민입니다. 타인의 행복을 염려하는 순수한 마음입니다.” 독자에게 건네는 달라이 라마의 말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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