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160개가 넘는 국가에 퍼지면서 누적 확진자 수도 20만명을 돌파했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의 상황이 심각한데다 미국에서도 50개 주에서 모두 확진자가 나오며 확산세가 커지자 국제사회의 코로나19 공포감은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17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그동안 ‘코로나19 청정지역’이었던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했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이날 대선 예비선거가 진행되는 도중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18일 오전 기준으로 미국 전역에서 하루 사이 코로나19 확진자가 1,500명 이상 늘며 총 6,496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사망자도 114명으로 나타났다.
확진자가 1,500명 이상으로 늘어난 뉴욕주에서는 ‘대피명령’ 발동 여부를 놓고 뉴욕시장과 주지사 간에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17일 뉴욕시민들이 48시간 이내에 대피명령에 대한 가능성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피명령이 어떤 형태일지에 대해서는 더블라지오 시장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날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일대에 내려진 긴급용무를 제외하고는 자택에 머물 것을 요구하는 ‘자택 대피’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대피명령 발동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주 정부의 승인 없이는 뉴욕시가 이를 발동할 수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유럽의 확산세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날 전국 누적 확진자 수가 3만1,506명을 기록하며 지난달 21일 첫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래 25일 만에 3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사망자 수도 2,503명으로 파악됐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수 모두 전 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9,877명으로 집계되며 한국(8,413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독일 확진자 수는 전 세계에서 중국·이탈리아·이란·스페인에 이어 다섯 번째로 올라섰다. 스페인에서는 누적 확진자가 1만3,716명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자 정부가 이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총 2,000억유로(약 274조원) 규모의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이밖에 이란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가 전날보다 147명 증가하며 1,13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9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뒤 약 한 달 만에 1,000명을 넘어선 것이다. 치명률도 6.5%로 전날(6.1%)보다 높아졌다. 확진자는 1,192명 늘어나 총 1만7,361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에 전 세계는 극장·공공기관·박물관 등의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미국에서는 1·2위 극장 체인인 AMC와 리갈시네마가 무기한 영업 중단에 들어갔고 영국의 유명 박물관과 런던 웨스트엔드의 수많은 뮤지컬 및 연극 극장도 문을 닫았다. 러시아 공연 예술의 상징인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도 다음 달 중순까지 예정된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국가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17일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총동원령을 내렸다. 캐나다에서도 브리티시컬럼비아(BC)·온타리오·앨버타 등 3개 주 정부가 각각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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