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초의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 운영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 20여명이 참석하는 비상경제회의가 매주 열렸다. 이 자리에서 기획한 대책들은 현장에서 신속하게 실행돼 주요국보다 먼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여건이 훨씬 심각하다.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대책 마련과 신속한 실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경제워룸이 말의 성찬과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책 기조를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현금 살포 등 손쉬운 땜질 처방의 유혹을 물리치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 경제정책의 중심축을 친노조에서 친기업으로 옮겨야 한다.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유통·항공·관광·의료·바이오 산업 등에 대한 세제 지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당시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나선 경험을 벤치마킹해 기업의 군살을 빼는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금융위기 때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교체한 것처럼 경제사령탑을 바꾸든지 아니면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든지 해야 한다. 과감한 규제 개혁과 고통분담도 추진해야 한다. 주 52시간제의 유연한 적용과 최저임금 동결 등을 비롯한 노동개혁도 필수다. 문 대통령부터 정책 기조를 바꾸고 정책적 상상력을 무한대로 펼쳐야 한다. 지금은 이념이 아니라 생존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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