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주가 추락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도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외환시장 포함)에서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장중 한때 전장 종가 대비 6% 이상 오른 80.01루블까지 상승했다.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도 전장 대비 5.7% 오른 87.66루블을 기록했다.
루블·달러, 루블·유로 환율 모두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러시아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던 지난 2016년 2월 이후 최고치다. 러시아의 주요 주가지수인 RTS 지수도 이날 전장보다 11% 이상 하락한 830.44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6년 8월 이후 최저치다.
이 같은 금융 지표 악화는 국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진 데 따른 영향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는 이날 오후 한때 전날보다 3.5% 내린 배럴당 27.72달러에 거래됐다. 앞서 러시아의 반대로 원유 추가 감산 합의가 무산되면서 사우디는 증산에 나섰다. 국제 에너지시장에서는 양국의 석유 ‘치킨게임’이 이어지는 한 유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 동안 33명 늘어 이날 현재 147명으로 증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금융그룹 노르디아의 분석가 그리고리 쥐르노프는 “유가가 배럴당 20~30달러선에 머물면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75~82루블 사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만일 환율이 82루블에 근접하면 러시아중앙은행이 금융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지 일간 ‘베도모스티’는 러시아 최대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 가지 위기 시나리오를 작성하며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지고 환율이 100루블까지 치솟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점검했다고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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