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자신을 ‘전시 대통령’이라 지칭하며 민간 부문의 물자 공급에 개입하는 법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중국 바이러스에 대항한 우리의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10명 이상의 모임을 피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코로나19 지침을 지켜달라고 당부한 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민이 취한 애국적 행동을 언급하며 국민의 희생을 요청했다. 또 “나는 어떤 의미에서 전시 대통령이라고 본다.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매우 힘든 상황에 있다는 뜻이다”라며 자신을 전시 대통령에 비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코로나19 물자 공급을 늘리는 데 필요한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은 국방, 에너지, 우주, 국토안보를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주요 물품의 생산을 촉진하고 확대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1950년 한국전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백신 생산능력의 기술적 부족을 시정하기 위해 이 법을 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마스크나 인공호흡기, 기타 필요한 물품의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 남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는 이주자들을 되돌려보낼 수 있도록 하는 또다른 법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을 폐쇄하진 않기로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재난관리처(FEMA)의 대응 등급이 최고 수준인 1단계로 격상됐다는 사실도 전했다.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뉴욕주에 해군 병원선을 배치하고 서부에도 1척을 배치하겠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주에서 8주라는 기록적인 시한 내에 백신 인체실험이 시작됐다고 알리며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대폭 늘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국(FDA)이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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