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기존의 공급망 쇼크와 수요 쇼크, 금융 쇼크에 이어 이번에는 기업발 부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면 자연스레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이후에는 조달 길이 막히게 됩니다. 특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는 분야는 더 그렇습니다.
여행 업종이 대표적입니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카니발 크루즈 라인의 경우 5년 만기 회사채 1,000만달러어치에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을 가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1년에 655달러로 10.64%나 급등했습니다. 저유가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석유와 가스기업도 마찬가지인데요. 반면 이번 사태의 수혜(?) 업체로 항균 티슈를 파는 클로락스는 비용이 급락하고 있습니다. CNBC는 “투자자들이 눈여겨 봐야 할 게 CDS”라며 “기업부채가 코로나바이러스 충격 가운데 떠오르는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정부에 구제금융과 각종 지원을 요청한 항공이나 호텔 업계도 갈수록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코로나19가 외식업과 스포츠, 미디어, 자동차 등 사실상 모든 업종에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부채도 갈수록 늘어나는 게 수순입니다.
이 때문인지 이날 전직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와 재닛 옐런이 연준에 회사채를 매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파이낸셜타임즈(FT)에 “연준이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는 기업의 회사채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이 부분이 다시 활력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은 연준이 입을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조심히 해야 하지만 여전히 필수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들은 투자등급의 회사채만 살 것을 권했습니다.
이들은 또 “코로바이러스로 인한 경기둔화에 따른 영원한 충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수입이나 매출이 줄어든 건전한 기업들이 신용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의 연준의 벽을 뚫고 더 많은 조치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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