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8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연방 정부의 모든 권한을 동원하고 있다”며 “약 1조3,000억달러(약 1,688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이것보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면 더 많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전시 대통령이라고 할 정도로 상황이 긴박한 만큼 재정 투입의 상한선을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 8,500억달러 수준이라고 알려졌던 코로나19 대응 부양책 규모는 1조달러를 거쳐 지금은 1조3,000억달러 안팎까지 불어났다. 당초 최소 1,000달러로 알려졌던 1인당 현금지급 규모도 다음 달 6일과 오는 5월18일 두 차례에 걸쳐 개인에게 1,000달러식 총 2,000달러를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소 1조달러 상당의 부양책 가운데 3,000억달러는 중소기업 대출에 배정됐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업체가 종업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직원별로 최대 주당 1,540달러를 대출한다. 500인 이하 기업이 대상이다. 또 500억달러는 항공업계, 1,500억달러는 숙박업계를 포함한 피해 업종 지원에 편성돼 있다.
환율안정기금(ESF)을 2,000억달러 증액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트럼프 정부는 ESF를 이용해 4조달러 규모의 머니마켓뮤추얼펀드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의회에 이미 요청했다. 금융위기 때 미국 정부는 ESF를 이용해 머니마켓펀드를 지원한 바 있다. 현재 ESF 잔액은 940억달러이며 이 중 100억달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업어음(CP) 매입 지원에 쓰기로 했다. WSJ는 “만약 머니마켓펀드를 지원할 수 있게 되면 연준의 기업어음(CP) 매입조치와 함께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원이 통과시킨 1,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긴급지원 법안에도 곧바로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코로나19로 인한 근로자 유급휴가와 무료 검사, 실업보험 확대 등이 담겨 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하원을 통과한 법에는 50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 2주간의 유급병가를 보장하고 음식지원과 코로나바이러스 무료검사가 포함돼 있다”며 “상원에서는 (상황에 따라) 최대 12주의 휴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넣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미 의회는 83억달러의 1단계 지원법안에 이어 1,000억달러 상당의 2단계 법안을 처리했다. 현재는 트럼프 행정부의 1조달러대 부양책을 두고 논의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WP)는 “백악관의 부양책이 규모와 속도에 있어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금융위기 때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뛰어넘는다”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급여세(payroll tax) 인하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급여세와 관련해서는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회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결과가 나오는데 몇 달이 걸릴 것”이라며 사실상 추진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항공업을 비롯한 대기업에 대한 구제금융의 경우 민주당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50회 발동했던 국방물자생산법을 통해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같은 의료장비 생산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에 계약을 요구하고 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탱크 같은 무기를 생산했던 제너럴모터스(GM)는 현재 중국 류저우시의 공장에서 수술용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인공호흡기 같은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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