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 상계 주공5단지 전용면적 31.9㎡는 지난해 말 기준 시세가 5억 원 가량이다. 이 단지의 지난해 공시가격은 2억 6,80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3억 1,800만 원까지 상승했다. 공시가격이 18% 오른 것이다. 반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8㎡는 올해 공시가격이 3억 5,800만원으로 오히려 1.97% 하락했다. 이 단지의 지난해 말 기준 실거래가는 상계 주공5단지와 비슷한 5억원 수준이었다.
19일부터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또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시세 9억 원 이하 상승률을 1.97%라고 밝혔지만 두 자릿수 오른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강북 일부 단지의 경우 상승률이 15~20%에 달했다. 단지별 편차도 여전하다. 17억 9,000만 원에 거래된 도곡동 한 단지는 상승률이 46.8%로 강남의 다른 초고가 단지보다 높았다. 한편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강남 주택시장에서는 일단 증여 전환 등 버텨 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 강북 9억 미만 주택인데 18% 올라=본지가 공시가격을 조사한 결과 금천구 시흥동 벽산 5단지 114.84㎡는 올해 공시가격이 3억 1,6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3.9% 상승했다. 이 단지는 실거래가 6억 원 미만이다. 반면 6억 원 수준인 광명시 철산한신(89.45㎡)은 공시가격 상승률이 이보다 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상승률은 16.5%에 달했다. 서대문구 홍제동 무악청구 1차 84.8㎡는 올해 공시가격이 4억 6,8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18% 넘게 상승했다. 인근의 홍은벽산 84㎡의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와 동일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크게 뛴 것이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지에서도 이 같은 편차가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수서 일대의 세곡 강남LH 1단지 74.7㎡와 세곡푸르지오 84.8㎡는 지난해 말 기준 실거래가격이 5,000만 원 가량 차이 나는 수준이다. 세곡푸르지오는 올해 공시가가 8.5% 오른 데 비해 세곡LH 1단지는 13.1% 상승해 5%포인트가량 차이가 발생했다. 여의도에선 상승률 격차가 20%포인트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여의도자이 125.7㎡의 올해 공시가격은 14억 2,1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17.6% 상승했다. 반면 여의도 시범아파트 111.8㎡의 올 공시가격은 13억 2,0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38.7% 올랐다.
◇시세 공개는 여전히 불가= 동일한 지역에서 공시가격 상승률 격차가 이처럼 벌어지는 이유는 정부에서 판단하는 시세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세 9억원 미만의 아파트는 현실화율 68%, 9억원 이상 아파트는 70~80%까지 높이겠다는 원칙을 밝혔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산정의 핵심 기준과 선정 근거들이 공개되지 않아 불공정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산정에 최종적으로 조사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데 정치적 의도가 반영돼 가격이 산정되고 있다”며 “핵심 사항들은 비공개로 하다보니 주객이 전도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시세 등의 공개는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강동효·양지윤·권혁준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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