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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서 멈춘 IT인프라..디지털교육 OECD '꼴찌'

■ 코로나로 본 학교정보화 현실

교육 현장 ICT 투자 부진 부메랑

무선인터넷·전자칠판·태블릿 등

디지털기기 보유·활용빈도 낙제점

대학조차 화상 강의 서버다운 일쑤

"지금 전력 쏟지않으면 기회 잃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베이징대 등 주요 중국 대학들은 신학기 강의를 실시간 화상 강의로 대체하고 있고 구미권 주요 대학들도 이를 따라가는 추세다. 반면 우리 대학들은 녹화 동영상 중계 수준이고 그나마도 서버가 다운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료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에 힘입어 실시간 정보제공 및 확진자 접촉자 파악 등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교육계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국내 유치원·초중고교 등 각급 학교들도 오는 4월20일 이후까지 개학이 미뤄질 경우 학교 수업시간표에 준하는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지만 준비가 안 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19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육지수(PISA) 2018 정보통신기술(ICT) 친숙도’ 데이터를 분석해 이달 발간할 ‘OECD PISA 2018을 통해 본 한국의 교육정보화 수준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학생들의 디지털기기 활용 등 교육정보화 수위는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조사에서 우리 학생들의 컴퓨터·노트북·전자책·스마트폰·태블릿 등 각종 디지털기기의 ‘활용빈도’는 30개 조사 대상 국가 중 29위를 기록했다. 활용 자신감과 관련된 ‘활용역량인식’도 32개국 중 31위에 그쳤다. 자율적으로 기기를 다루는 ‘자율성’은 31개국 중 29위, 타인과 공유하는 ‘사회적활용’은 31개국 중 30위로 대부분 ‘꼴찌’의 성적을 냈다.

한국이 세계 최강의 인터넷 강국임을 자랑하는데도 학생들의 디지털기기 활용 비중이 최하위권인 것은 학교에서 디지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국내 학교들은 ‘2000년대 유물’이라 할 유선인터넷망(인터넷 연결), 데스크톱 보유 비율 정도만 OECD 평균을 상회했을 뿐 무선인터넷, 전자칠판, 태블릿, 노트북, 발표 프로젝터, 프린터 등 최첨단 인프라 보유 비율에서 OECD 평균 수준을 모두 하회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1조여원을 투자한 ‘교실 선진화’ 작업 이후 20년가량 제대로 된 중장기 ICT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갈수록 경쟁국과의 디지털 교육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교육을 위해서는 막대한 인력·기기 투자가 요구되지만 지난해 말 정부가 내놓은 ‘인공지능(AI) 국가전략’에서도 괄목할 만한 교육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각급 학교에는 디지털 교육을 위한 출발점이라 할 무선인터넷망부터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 지난해 초중학교당 최소 4개 교실에 기가급 무선망을 설치한 수준으로, 올해 고교당 최소 4개 교실에 무선망을 설치하며 4년 뒤인 오는 2024년에야 전국 초중고교 전 교실에 기가급 무선망이 보급된다. 버스·지하철에서조차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해 각국의 찬사를 받고 있지만 차세대 주역인 학생들에게는 대중교통 시설만도 못한 정보 인프라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각급 교실에서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는 수업은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다. 실제 교사들의 ICT 활용도도 조사 국가 7개국 중 꼴찌였다. 디지털 교과서 등을 활용하려 해도 무선인터넷이 없는 교실에서는 막대한 데이터를 읽어내기 힘들어 전용 뷰어를 만들어야 했고 이처럼 사용환경이 불편해지자 교실 디지털 교육은 더 외면당했다.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는 비율은 온라인 채팅, e메일은 물론 인터넷 검색, 학교 웹 자료 업다운, 시뮬레이션 실행, 외국어·수학 공부, 컴퓨터로 개인숙제, 그룹활동 컴퓨터 활용 등 전 조사 분야에서 OECD 평균에 뒤졌다.

학교에서 디지털기기를 활용하지 않다 보니 가정에서의 각종 디지털기기 접근성 지수도 7.645에 그치며 OECD 평균(8.169)을 하회했다. 순위 기준으로도 31개국 중 28위에 불과했다. 학생들의 디지털기기 종합 이용률이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며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실생활에서 디지털기기에 친숙하려면 학교에서 먼저 태블릿을 필두로 전자칠판, 전자책 리더기, 발표 프로젝터 등 다양한 디지털기기를 사용해야 하는데도 현실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업 중 디지털 사용시간 지수가 1.626으로 가장 높았던 덴마크의 경우 수업 외 디지털 사용시간 지수에서도 0.76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해 학교 디지털 교육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특히 KERIS는 국내 학생들이 e메일, 뉴스 읽기, 실용 정보검색, 개인 창작물 업로드, 프로그램 다운로드 등에 할애하는 시간은 적고 온라인 게임, 온라인 채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시간 등은 높았다고 분석해 디지털 교육 부재가 오락 측면으로만 기기를 활용하는 ‘역효과’로 이어졌음을 시사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30개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차세대들이 사회 진출 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세가 된 온라인·디지털 교육 확대에 지금 전력을 쏟지 않는다면 영영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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