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생명나눔 홍보에 앞장섰던 50대 장기기증 운동가가 뇌사 판정을 받은 후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고(故) 정현숙(51)씨가 5명의 환자에게 신장·각막 등의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에 이별을 고했다고 19일 밝혔다. 본부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007년 강원영동지부 초대 지부장을 지낸 정길영 목사의 여동생으로 정 목사와 함께 본부에서 2008년까지 장기기증 홍보활동을 했다. 뇌사 시 장기기증 희망등록에도 참여하고 이후에도 본부 홍보활동을 이따금 도왔다.
7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경험이 있던 정씨는 건강관리에 신경을 썼지만 이달 12일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서울 보라매병원으로 급히 옮겼지만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빠졌고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은 의사가 제안한 장기기증을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정 목사는 “여동생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은 너무 가슴이 아프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나눔을 통해 사랑을 나눈 여동생이 자랑스럽다”며 “이렇게 동생이 생명을 나눌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동의해준 여동생의 남편과 자녀들에게도 고맙다”고 전했다.
본부는 보라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정씨의 빈소에 ‘당신의 사랑은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의 근조기를 세웠다고 밝혔다.
박진탁 본부 이사장은 이날 오전 고인의 발인예배에서 “전 국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시국에 숭고한 결정을 내려줘 감사하다”며 유가족과 조문객들에게 추모사를 전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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