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진행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 7차 협상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의 월급을 한국 정부에서 우선 부담하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제안했으나 미국 측이 이마저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무급휴직 사태를 막고자 인건비 부담 원칙을 명문화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는데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4월1일부터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수천 명이 대거 휴직하는 상황이 눈앞에 다가온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정부 당국자 등에 따르면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는 17∼19일(현지시간) SMA 체결을 위한 7차 회의를 열었지만 분담금 총액은 물론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문제도 합의하지 못했다.
정 대사는 당장 급한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문제부터 풀기 위해 ‘한국인 근로자의 월급은 한국 정부에서 내겠다’는 취지의 양해각서를 제안하는 등 끈질기게 접점을 찾으려 노력했으나 미국 측은 이것이 본협상인 방위비 총액 합의에 지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봐 끝내 거부했다. 주한미군 근로자 문제에 한국이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할 경우 방위비 총액에서 미국이 조금이라도 물러설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는 총 1만2,000여명으로 전해졌다. 이중 부대 내 PX 운영과 클럽근무자 등 스스로 수익을 내는 근로자를 제외하면 실제 무급휴직 대상자는 8,600여명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4월1일 부로 무급휴직 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무급휴직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은 이날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인 노동자에게 무급휴직을 시키는 초유의 사태는 한미동맹의 정신을 훼손하는 역사의 오점이 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국무부는 한미동맹을 돈으로 사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주한미군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우리 한국인 노동자 모두가 출근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