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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정치는 훌륭하다, 유권자의 절제된 지지가 있다면…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사회적 활력 이끌어내는 정치

'코로나 위기' 넘을 원동력 불구

맹목적 지지는 되레 오만 불러

주인인 유권자 올바른 판단 필요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그 영향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나 음식 배달 등 활황을 보이는 곳도 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나 이동제한 등이 종국에는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각국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러한 폭락은 예상 외의 전개에 따른 당혹감과 불안 심리가 일시적으로 작동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그 경제적 영향을 섣불리 낙관하거나 비관하기보다 장단기적인 차원에서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합당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전염병의 확산과 같은 비전통 안보 이슈가 21세기의 새로운 도전으로 제시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총선 대비에 몰두하는 정치권을 보면서 정치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정치권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위기 속에서도 선거라는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정치를 변명하기 위해서다. 첫째, 사회적 활력을 이끌어내는 장치로서의 정치다. 코로나19 사태 확산 방지 차원에서 다양한 집회의 연기 및 취소 등이 권고되면서 빛을 잃고 침울해지는 사회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반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정치에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정치의 ‘정(政)’을 ‘마쓰리고토’로 읽는다. 이는 정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구성원으로 하여금 공동체의 일원임을 확인하고 충성을 되새기는 의례적이며 축제적 측면임을 잘 보여준다. 민주주의 하의 선거는 의례적 측면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만 사회적 불만이 분출돼 다소 해소될 수 있는 통로적 축제의 측면을 가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두번째, 권력의 일방통행적 행사를 제어하는 역할로서의 선거정치이다. 기초적인 얘기지만 민주주의가 다른 체제보다 우수한 점은 자유·비밀투표로 선거가 진행돼 국민의 의사를 잘 반영할 수 있고 정권을 유지하거나 탈취하고자 하는 세력이 그러한 국민의 의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작금의 위기가 심각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나마 현재 상태에서 유지되는 것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기 때문이다. 선거와 같은 주요 일정의 추진에 정치권이 적극 나서는 것은 자기 일을 충실히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선거 준비 중 나오는 정당 간 또는 한 정당 내의 여러 가지 잡음은 생각과 이익이 다른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하거나 선택의 문제이지 선악 또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리라.



최근 각국 정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 중의 하나는 국민의사가 양 극단으로 나눠지는 양극화 현상이다. 박빙의 승부로 플로리다주에서 재검표까지 진행됐던 지난 2000년 미국 대선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미국 대선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국민의 일반의사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는 루소의 예상과는 다르게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오히려 각자의 주장만이 재생산되고 강화되는 기제로 작동하는 상황이다. 자기 주장 강화 또는 상대 주장을 격하시키기 위해 때로는 가짜뉴스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니 오히려 진실을 판단하기는 더 어려워진 시대가 됐다.

유권자도 올바른 판단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요즘 방영되는 ‘개는 훌륭하다’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조련사의 “개는 훌륭하다”는 강력한 믿음이 주인의 절제된 사랑 및 인도를 바탕으로 개의 본래적 훌륭함을 이끌어내는 부분이 매번 인상에 남는다. 선함이 반드시 선한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애완견에 대한 사랑이 오히려 비만이나 폭력을 낳을 수 있듯, 지지 후보자 및 지지 정당에 대한 맹목적 사랑은 오만을 낳을 수 있다. 민주정치란 훌륭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것의 본래적 훌륭함을 인도하기 위해 공부하고 고민하는 것이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 속에서 주인인 유권자들 모두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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