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사방’ 운영자의 신상정보가 24일 공개됐다. 성폭력처벌법을 위반한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내부위원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피의자 조모씨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신상공개에 따른 피의자 인권 및 피의자의 가족,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공개제한 사유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다”면서도 “하지만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무려 70여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할 뿐 아니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며 “국민의 알 권리와 동종범죄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피의자의 성명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공개한 조씨는 인천의 한 전문대학을 졸업한 조주빈(25)씨로 드러났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 학보사 편집국장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지난 19일 경찰에 구속됐다. 박사방 피해자는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만 74명이며, 이 가운데 미성년자가 16명 포함됐다.
조씨가 악랄한 수법으로 피해자들의 성을 착취하고, 이를 이용해 억대 수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씨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18일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250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이날 경찰이 신상공개를 결정한 조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첫 사례가 됐다. 성폭력처벌법 제 25조는 유죄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 방지,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필요 등 요건을 갖추면 그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강력범죄를 저질러 신상이 알려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김성수, 전남편 살인 혐의의 고유정, 모텔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장대호 등은 모두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조항에 의해 신상이 공개됐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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