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10조7,000억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또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시장과 회사채 신속인수제에 약 9조원을 투입하고 단기자금시장에도 5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 1차 회의에서 결정한 50조원에서 2배 증가한 규모다. 특히 증안펀드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5,000억원에 비해 20배나 확대됐다.
정부가 발등의 불처럼 된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코로나19가 유럽·미국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 2·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30%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경제전문가들의 입에서 ‘대공황’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유럽은 중앙은행의 기업어음 직접매입 등 파격적인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달러를 무제한 풀어 국채 외에 주택저당증권도 매입하기로 하는 등 금융위기 때 쓰지 않던 카드도 꺼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그나마 있는 대책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 긴급자금지원안을 내놓았지만 실제 대출에 2개월이나 걸려 현장의 어려움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초유의 경제위기를 이겨낼 수 없다. 정부의 책상 서랍에 없는 더 과감한 대책을 고민해서 내놓고 결정된 정책은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대책도 타이밍을 놓치면 효과가 반감된다. 대공황급 위기에는 전례 없는 처방 제시와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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