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앨리스 워커의 소설 ‘컬러 퍼플’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오프라 윈프리가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치 칼을 꽂듯이 독자들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전한다. “이 일을 말하려거든 하느님한테나 해. 안 그러면 네 엄마가 죽어.” 열네 살 흑인 소녀가 강간당했다. 그것도 아버지에게.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으므로, 소녀는 하느님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이 책은 소녀가 응답 없는 신에게 처절하게 때론 찬란하게 써 내려간 편지뭉치이다.
하느님은 그녀에게 답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에 새로운 ‘신’들이 머물기 시작한다. 그녀의 고통에 공감하는 여자들, 그녀를 대신해 싸우는 여자들. 그 신들과 함께 그녀도 변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폭발하듯이 절규한다. 나는 살아 있노라고, 누구의 노예도 아니라고. 살아 있는 내게 손찌검하는 자는 손대는 것마다 망할 것이요, 내 고통의 곱절을 느끼며 모든 일에 실패할 것이라고. 최근 N번방 사건에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다. 여성이면서 아이였던 이들을 노예로 삼은 인면수심의 가해자들―‘컬러 퍼플’의 저주는 아직 유효하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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