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 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부천시도 함께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이 지사가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공개 비판했던 장덕천 부천시장의 공개 사과를 받아들였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명 때문에 99명이 같이 죽으라? 언론을 빙자한 최악의 정치…부천시가 반대를 철회한다니 다행입니다’란 제목을 통해 “부천시장께서 입장을 바꾸어 다른 승객들과 함께 가겠다니 당연히 함께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침몰위기에서 신속하게 승객을 탈출시키는 것은 선장의 의무”라며 “구명정에 특실을 요구하며 거부하는 승객 한 명 때문에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계속 지연시킬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출을 지휘하는 선장이 부당하게 거부하는 승객 1명을 버리고 99명을 신속하게 탈출시키는 최악의 상황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 마지막 한 명까지 포용하지 못했느냐는 비난은 99명의 안전을 왜 버리지 못하느냐는 것과 같다. 부당한 한명의 의견도 끝까지 존중하고 설득하며 시간을 보내도 되는 일상(日常)도 있지만, 부당한 소수보다 온당한 다수를 신속하게 선택해야 하는 위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대처는 속도가 생명”이라며 “경제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 1,360만 도민에게 지급하는 1조3,600억원의 재난기본소득은 한시라도 빨리 ‘병들어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고 아우성인 도민들에게 지급하고 지역화폐로 소비시켜 중소상공인들과 기업의 매출을 늘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재난기본소득은 시군을 통해 집행해야 하는데, 도의 결정에 반해 87만 시민에게 지급하지 말고 소상공인 2만명만 골라 400만원씩 몰아주자며 반대하는 부천시가 동의할 때까지 다른 시군에 대한 집행을 지연시킬 수는 없다”며 “87만 시민 모두에게 10만원을 지급하는 도 정책과 달리 소상공인 2만 명을 골라 400만원씩 지급하고 싶으면, 이미 결정된 도 정책을 바꾸라는 불가능한 요구를 할 것이 아니라, 도 정책은 그대로 집행하고 선별지원은 부천시 예산으로 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는 “100% 경기도 예산인 재난기본소득을 결정전에 건의하는 것도 아니고 확정된 후에 SNS에 올려 공개 반대하며 부천시장이 고를 2만 소상공인에게 몰아 지급해야 한다는 부천시 주장은 월권이자 도정방해”라며 “부당한 주장으로 도의 재난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시군 때문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반대 시군을 빼고 급한 대로 다른 시군에 먼저 집행한 후, 끝까지 반대하면 부천시에 지급예정이던 예산으로 추가 기본소득을 권장하기 위해 추가 지급하는 시군에 더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행정”이라고 했다.
또 “부천시장은 부천시민이 뽑은 법적 정치적 대표이고, 그분의 의사는 부천시와 부천시민의 의사이며 자치권과 지방정부의 입장은 존중되어야 한다”며 “특정 소수를 선별해 고액을 몰아 지급해야 한다는 부천시장의 입장도 도의 입장과 다른 것 뿐, 틀린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부천시민을 대표하는 부천시장의 반대는 부천시의 반대이자 부천시민의 반대이며, 지방차지원리상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며 “부천시장이 집행하지 않으면 부천시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수도 없다. 반대하는데 억지로 지급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보도를 빙자해 ‘부천시장 말 한마디에 87만 부천시민을 왜 빼느냐’, ‘감정적 처사다’라는 주장은 대의민주체제를 부인하는 망언이고 위기에 대응하는 경기도정에 대한 폄훼”라며 “도의 재난기본소득을 기대하다 혼란을 겪게 된 부천시민들께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부천시장께서 입장을 바꾸어 다른 승객들과 함께 가겠다니 당연히 함께 가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다만 구조를 두고 빚어진 혼란에 대해 구조 거부 승객이 아니라 다수 승객의 신속 구조를 위해 최악을 대비하는 선장의 노력을 감정적 갑질로 매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온 국민이 불안과 공포에 신음하는 틈을 노려 안 그래도 부른 배를 더 불리려는 소수 기득권자들의 부도덕한 반사회적 행위는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촛불혁명을 일궈 낸 우리 국민은 극단적 이기주의자들의 선동과 모략에 휘둘릴만큼 어리석지 않음을, 언젠가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게 될 것임을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이 지사가 24일 도민 전체에게 1인당 10만원씩의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장덕천 부천시장은 25일 트위터에 ‘기본소득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지사의 재난기본소득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장 시장은 “기본소득을 주는 이유는 소비를 늘려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한 소비패턴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잘되는 곳은 더 잘되고 안 되는 곳은 계속 안 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부천 인구 87만명에게 10만원씩을 지급하면 87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렇게 하는 것보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2만여명에게 400만원씩 주는 게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기도가 25일 다음 달 중 전 도민에게 10만원씩 주기로 한 재난기본소득을 부천시민은 빼고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장 시장은 트위터 글로 논란이 되자 25일 오후 페이스북에 “도 차원의 지급에 대한 협의가 완료된 것이므로 시장으로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관련된 더 이상의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부천시는 빠른 지급과 그 효과가 최대화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장 시장은 26일에도 페이스북에 ‘재난기본소득에 관하여’라는 제목을 통해 “제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에 관해 올린 글로 인해 많은 혼란이 발생한 것 같다”며 “코로나19 대응과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대응하기에도 바쁜 상황에 바람직하지 않은 논쟁을 계속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저는 제 의견을 올리면서 파장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고 공개 사과했다.
/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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