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n번방 사태’를 질타하면서도 정작 지난해 발의된 아동성착취물 소지자 처벌법은 손을 놓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이 커지자 국회는 발의된 법 대신 새 법을 만들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가족위원회에 3개의 아동성착취물 관련 아동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모두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아동청소년보호법은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소지하는 자에 대한 형벌을 기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라는 명칭이 사회 통념상 가볍게 다뤄지는 점을 감안해 ‘아동청소년성착취음란물’로 용어를 명확하게 했다.
이 법안은 n번방 사건과 유사한 ‘다크웹(특수한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웹)’ 사건에 가담한 이들이 경미한 처벌을 받으며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경찰은 아동성착취음란물을 유통하는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및 이용자를 검거했는데 그중 3분의2가 한국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가담자 235명이 모두 선고 유예 혹은 벌금형을 받는 데 그치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법안은 상임위에서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방치됐다. 신창현·김종회 의원 등도 관련 법을 지난해 발의했으나 여가위 상임위는 지난 21일 한 번 열리는 데 그쳤다. 여가위는 아동성착취물은 상정하지 않고 다른 46개 법을 올렸다. 여가위의 한 관계자는 “간사 간 협의가 이뤄져야 회의가 열린다”며 “다른 법안에 밀려 해당 개정안이 상임위에서 계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도 국회는 소관 부처만 질타했다. 또 있던 법안은 놔두고 새 법안을 발의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5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정부의 대책을 들으니 2017년 9월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책의 재탕 수준”이라며 “지극히 땜질 처방으로, 제2·제3의 n번방 사건을 예방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n번방 사건 재발 금지 3법’을 발의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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