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공항산업 타격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천공항의 여객수요가 전년대비 90% 이상 급감하는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판단에서다.
공사는 26일 구본환 사장 주재로 비상경영대책회의를 개최하고 공기업 최초로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의 일일여객은 지난 1월 25일 최초로 전년대비 16.1% 감소했다. 이후 2월 넷째주는 51.1%, 3월 셋째주는 91.8% 하락하며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월 24일에는 인천공항의 하루 이용객이 9,316 명을 기록하며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1만 명 미만으로 내려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인천공항의 연간여객은 전년대비 70% 가량 급감해 손익분기점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공사는 구본환 사장이 주재하는 비상경영상황실을 설치하고 위기상황 대처를 위한 ‘코로나19 비상경영 종합대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체계를 구축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국내외 여객들이 안심할 수 있는 공항 환경을 구현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사는 지난 5일 출국여객 3단계 발열체크(터미널 진입 → 출발층 지역 → 탑승게이트)를 도입해 출국 전(全)과정에 걸쳐 촘촘한 방역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수요감소에 따른 단계별 비상 공항운영도 검토 중이다. 공사는 현재의 항공수요 감소세가 장기화될 경우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3단계 비상운영’을 실시할 계획이다. 일일여객이 7,000명~1만2,000명 수준일 경우 1단계 비상운영(출국장 운영 축소, 셔틀트레인 감편 등)에 돌입하고, 여객이 3,000명~7,000명 수준일 경우 2단계 비상운영(1,2터미널 부분 운영)에 나서며 여객이 3,000명 미만으로 감소할 경우 터미널 기능을 최소화하는 3단계 비상운영을 검토한다. 이미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은 터미널을 한시적으로 폐쇄했으며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은 탑승구 등 터미널 일부 시설을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공항 관련 업계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공사는 공항산업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사용료 감면(254억원) 및 납부유예(4,710억원) 조치를 시행해 긴급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여객 추이와 인천공항 입점 매장의 영업상황 등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추가 임대료 감면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항공수요 회복을 위한 기반 마련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공사는 350억원을 인센티브 자금으로 마련해 항공사와 여행사를 대상으로 여객유치 실적만큼 지원할 계획이다.
재무 관리도 신경 쓴다. 당기순이익 대폭 감소 등에 따라 9,751억원을 채권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또 국가 위기 상황에서 공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4개월간 경영진의 급여를 자진 반납(사장 30%, 경영진 20%)한다. 이 밖에 지역사회 방역작업을 지원하고 지역농가를 위해 지역농산물 판로개척에 나서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앞장설 계획이다.
구본환 사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공항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전사적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게 되었다”며 “공항산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공존 및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인천공항공사가 앞장서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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