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8만5,000명을 넘어서며 세계 최대 감염국이 됐다. 첫 확진자가 나온지 두달여 만에 이 같은 불명예를 안은 것으로,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폭발적인 증가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7일 오후 9시(한국시각)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 대비 1만7,224명 증가한 8만5,749명으로 중국과 이탈리아를 앞질렀다. 전날까지만 해도 세계 3위였던 미국은 자국내 코로나19 진원지인 뉴욕주와 인근 뉴저지주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 수의 절반에 가까운 8,480여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미국은 지난 1월 21일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 약 두 달여 만에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것은 최근 코로나19 검사를 확대한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안일한 대처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확진자가 막 나오기 시작한 1월 말만 해도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과학자들은 언젠가 미국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그 순간이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 동안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던 도시들까지 코로나19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최악의 상황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루이지애나주의 최대 도시 뉴올리언스는 코로나19의 새 진원지로 부상했다. NYT에 따르면 뉴올리언스 대도시권을 형성하는 올리언스 행정구는 확진자 997명, 사망자 46명에 달했고 제퍼슨 행정구에서는 환자 458명, 사망자 12명이 나왔다. CNN방송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를 분석했을 때 두 지역의 사망자 비율은 전국 1위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말부터 일주일간 뉴올리언스에서 진행된 초대형 야외 축제 ‘마디그라’에 150만명이 모였던 만큼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앤 슈챗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수석 부국장은 26일(현지시간)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다른 도시에서도 발병 건수가 급증하는 등 초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면서 “뉴욕시의 코로나19 확산 사례는 앞으로 몇 주 동안 미 전역의 다른 도시들을 강타할 가능성이 있는 첫 번째 사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들은 미 전역에 걸쳐 급속히 환자가 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위험도가 낮은 수감자에 한해 가택수감을 늘리기로 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확대하고 있다. 미주리주도 루이지애나주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 전역에 대한 ‘중대 재난 선언’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주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내 확산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경제활동 재개 의사를 밝히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연방정부 관리들이 미국 각 주에 코로나19 위험 등급을 고위험 지역과 중간 위험 지역, 저위험 지역으로 분류하는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4월 12일 부활절 이전에 코로나 19 규제조치를 해제 또는 완화하기 위한 선제작업인 것으로 보인다.
경제봉쇄롤 입는 피해가 코로나19로 입는 피해가 더 크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지만,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이 시행될 경우 통제불능이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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