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방예산은 50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방산업체 매출과 직결되는 방위력 개선비도 지난해 대비 8.6% 증가했다. 그럼에도 방산업체의 수익구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국내 상위 10개 방산업체 매출은 2016년 11조4,000억원에서 2018년 10조4,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방위산업은 국가안보를 위해 극소수의 업체만이 수행하는 특수성을 지닌다. 정부의 소요가 있어야만 개발·생산에 착수할 수 있는데다 국방 규격과 고도의 성능이 요구돼 연구개발(R&D)의 불확실성이 늘 존재한다. 방위산업에 대한 규제를 타 산업과 같은 잣대로 들이대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과도한 감시와 규제로 무기체계 연구개발이 제때 수행되지 않으면 국방전력 증강사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
무기획득 조달의 투명성, 공정성, 절차적 정당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가중처벌 되기도 한다.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이 한 번 내려지면 입찰참가 제한, 부당이득금 및 가산금 환수, 착·중도금 지급 제한, 입찰 시 불이익, 절충교역 참여 시 감점, 방산 물자·업체 지정취소, 형사처벌 등 10여 가지 제재가 이뤄진다. 물론 방산비리는 척결돼야 한다. 하지만 중첩제재는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한 기업체의 생존을 넘어 지금까지 쌓아온 산업기반을 와해시킬 우려도 있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고 방위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체가 협력해야 한다. 업체는 법을 준수하면서 기술력 축적을 위한 R&D 투자를 늘리고 우수한 품질과 원가절감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의 제도개선도 뒷받침돼야 한다. 방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육성해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방산 선진국들은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선제적으로 기존의 ‘획득조달’ 관점에서 ‘산업육성’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미국·이스라엘을 보면 정부와 업체 간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을 추진한다. 미국은 다양한 정부투자 방식과 보상제도를 통해 방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업체개발 비용의 80%를 지원한다. 이스라엘은 소요 제기부터 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연구개발 참여 기업에 예산의 66%까지 지원하고 있다.
시들어가는 국내 방위산업을 재도약시킬 수 있도록 우선 방산업체를 옥죄는 중첩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 지난 1월 공표된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행령 마련도 시급하다. 마침 청와대에 방위산업담당관이 신설됐다. 방위산업 컨트롤타워가 생긴 것이다. 청와대에서 강력하게 지원하고 총괄해 방위산업이 국가 경제의 효자 산업으로 재도약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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