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출신 세계적인 작곡자이자 지휘자인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29일(현지시간) 고향 크라쿠프에서 생을 마감했다. 향년 87세.
펜데레츠키의 아내 엘즈비에타가 설립한 루트비히 판 베토벤 협회는 펜데레츠키가 오랜 기간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AFP는 펜데레츠키를 “획기적인 종교곡과 교향곡으로 클래식 음악계를 개척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폴란드의 음악 대통령’이라 불리는 펜데레츠키는 1933년 폴란드의 데비차에서 태어났다. 크라쿠프음악원을 졸업한 후 그곳의 교수가 된 그는 1959년 ‘10개의 악기와 낭독 및 소프라노를 위한 스트로페’를 작곡하며 이름을 알렸다.
예술은 작품을 구성하는 소리를 뛰어넘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9.11테러 당시에는 반폭력 정신을 담은 피아노협주곡 ‘부활’을 작곡하는 등 사회 참여적인 작곡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음악은 클래식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사용되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기념비적 공포영화 ‘엑소시스트’(1973)를 비롯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1980),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광란의 사랑’(1990) 등에 사용됐다. 그래미상 5회, 에미상 2회를 수상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그는 1991년 한국 정부에서 광복의 의미를 담은 작품을 위촉받아 ‘한국’이라는 부제가 붙은 교향곡 5번을 발표한 바 있으며, 지난 2009년에는 서울국제음악제의 명예예술감독으로 위촉돼 내한했다. 지난해에는 서울국제음악제(SIMF)에 참석해 ‘성 누가 수난곡’을 지휘할 예정이었으나 건강이 갑자기 악화해 불참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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