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끝 모를 전쟁 와중에도 봄이 왔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내리쬐는 햇볕이 따사롭고 길가에는 봄꽃도 제법 피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온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지금, 여느 해처럼 봄 정취를 마음껏 누리지는 못하지만 그냥 지나 보내기에는 이 계절이 너무도 아깝기만 하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자전거 여행이다.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아도 되는데다 다른 사람과 접촉할 일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집콕’에 지쳤다면 봄바람을 맞으며 답답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자전거 여행이 첫 나들이로는 안성맞춤이다. 서울 근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일대를 자전거를 타고 둘러봤다.
조안면은 남양주에서도 봄기운을 만끽하기에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한길산·두물머리 등 천혜의 자연경관은 물론 곳곳에서 문화재들을 둘러볼 수 있고 서울과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매년 이맘때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상춘객들로 가득 찼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찾는 이는 줄었지만 드문드문 보이는 행랑객 사이로 개나리와 진달래에 이름 모를 들꽃까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예년보다 높은 기온에 봄은 구석구석 무르익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전국 곳곳에 자전거도로가 깔리기 시작했지만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은 자전거도로는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완만한 코스는 연인이나 친구·가족과 함께 라이딩을 즐기기에도 부담이 없다. 서울과 가깝다고는 하지만 두물머리와 가장 가까운 운길산역은 서울(여의도 한강공원)에서 47㎞, 자전거로는 3시간을 달려야 하는 거리니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이나 팔당역에서 내려 인근 자전거 대여소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기자전거와 2인용 자전거, 전동 킥보드도 이용 가능하다.
일단 자전거도로에 올라서면 운길산역을 중심으로 크게 남한강 코스(양평 방향, 팔당 방향), 북한강 코스로 나뉜다. 어느 방향으로 가도 쉬엄쉬엄 자연경관을 둘러보기 좋지만 나들이객들에게는 팔당 방향의 남한강 코스를 추천하다. 운길산역부터 남양주 역사박물관까지 총 24㎞(왕복 2시간) 거리인 이 코스는 가파른 언덕이나 급커브 없이 완만한 평지로 조성돼 있어 초보자들에게도 부담이 없다. 모처럼 맡는 흙냄새와 시원한 강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다.
운길산역에서 출발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능내역이다. 지난 2005년 멈춰선 폐(廢)철도역을 복원해 구 역사와 기차카페·휴게소를 갖추고 있다.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도로에서도 접근이 가능해 주말에는 차를 타고 들르는 방문객들도 많지만 자전거를 타고 보는 풍경은 차로 스쳐 지나가며 봤던 것과는 또 다르다.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의 아름다움이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페달을 밟아 한참을 달리다 보면 그다음에는 봉안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총 길이 260m의 터널 안에 들어서면 센서조명등이 라이더를 반긴다.
연인이나 친구·가족 단위 나들이객이라면 코스의 중간기점인 팔당댐까지는 도전해볼 만하다. 중간중간 쉼터와 휴게소, 간이화장실이 마련돼 있고 힘들면 잠시 멈춰서서 주변 시골 마을을 둘러볼 수도 있다. 조금 멀리 왔다 싶으면 언제든지 방향을 돌려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가면 된다. 처음 운길산역에서 빌린 자전거를 도착지에서 반납하는 것도 가능해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자전거도로 옆으로는 도보길이 조성돼 있어 쉬엄쉬엄 이동할 수도 있다.
자전거만 타고 집으로 돌아오기 아쉽다면 운길산역 바로 옆에 있는 세계 최초의 거미박물관인 ‘주필거미박물관’에서 전 세계의 다양한 거미를 살펴보고 직접 만져보는 색다른 체험도 가능하다. 코로나19로 평일에는 휴관이지만 토·일요일에는 문을 연다. 두물머리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려보면 도보로 20분 거리에 양귀비 꽃밭을 볼 수 있는 ‘물의 정원’도 펼쳐져 있다. 북한강 물이 둔치 일부로 크게 흘러들어 만들어낸 호수 같은 지형의 광경이 수려해 ‘물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곳은 봄에는 양귀비, 가을에는 코스모스를 파종해 아름다운 꽃밭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를 않는다.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정약용 유적지’도 들러볼 만하다. 사람이 몰리는 평소와 달리 요즘은 한적하다. 코로나19로 전시관과 박물관은 휴관 중이지만 생가 등 다른 유적지는 무료 개방하고 있다.
글·사진(남양주)=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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