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를 향해 여야가 함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제외한 과도정부를 구성해 새 대선을 논의하면 제재를 해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베네수엘라 위기 해결을 위한 미 정부의 ‘민주적인 정권이양 체계’ 제안을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여야가 과도정부 역할을 할 5인의 ‘국가위원회’를 구성한 후 6∼12개월 내 자유롭고 공정한 새 대선을 논의한다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도 있다는 것이 골자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계획은 베네수엘라의 고통을 끝내고 더 밝은 미래로 가는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정권에 대해 제재 수위를 계속 높여가던 미국 정부가 제재 해제의 조건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가 유가 하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미 정부의 경제 제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한층 누그러진 접근법으로 돌아섰다고 표현했다.
이날 공개한 제안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회가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가위원회 위원 4명을 임명하고, 이들 4명이 ‘임시 대통령’ 역할을 할 다섯 번째 위원을 뽑게 된다. 베네수엘라 국회는 야당이 주도하고 있지만 3분의 2 승인 조건을 달아 여당 역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은 물론, 미국이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인정하는 야권 지도자 과이도 의장도 국가위원회에 참여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과이도 의장을 향한 미국 정부의 지지엔 변함이 없다며, 6∼12개월 후 치러질 대선에 마두로 대통령은 출마해선 안 되지만 과이도 의장은 당연히 출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아울러 과도정부 구성과 더불어 쿠바, 러시아 등 베네수엘라에 있는 외국군의 철수도 제재 해제를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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