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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위 공원…공동육아 나눔터…사람과 행복을 잇다[건축과도시]

■오류동 행복주택 프로젝트

지하도·고가로 아닌 철로 상부에 인공대지 조성

단절돼 있던 오류 1·2동 연결해 소통의 장으로

사회적기업 장소 등 공간활용·편의성 극대화

청년·신혼부부 위한 맞춤형 설계 공공주택도

철도 부지 '자투리 땅' 행복주거지역으로 재탄생

오류동 행복주택 일대 전경. 철로 위에 조성된 오류동 문화공원 오른쪽에 행복주택 단지가 위치해 있다. /사진제공=이남선 건축사진작가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 역사 자체만 보면 전형적인 지하철역이다. 하지만 4번 출구로 나오면 ‘오류동 문화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공간은 일반적인 공원이 아닌 철로 위 인공대지에 조성된 공원이다. 그 공간에서 철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해 공급된 공공주택인 ‘오류동 행복주택’을 찾을 수 있다.

오류동 주택지구는 행복주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된 곳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이 사업은 행복주택 890가구, 복합커뮤니티 1개 동, 인공지반 상부 공원 및 철도광장을 조성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특이한 점은 공공주택 공급을 넘어 철로 위 인공대지라는 독특한 시도를 통해 단절됐던 두 지역을 공원과 문화공간으로 연결해 새롭게 재건했다는 점이다.

오류동행복주택 단지 입구./사진제공=이남선 건축사진작가


■인공대지 만들어 문화공간 조성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철도 위에 조성된 ‘오류동 문화공원’이다. 대체로 지상 철도는 그 선을 기준으로 양옆 지역을 단절시킨다. 실제로 그간 선로 북측의 오류1동과 남측의 오류2동은 1호선 철도로 단절돼 있었다. 오류동 문화공원은 공공 유휴부지에 인공지반을 조성해 만들어졌다. 이렇게 탄생한 공원은 단절된 지역을 이어줄 뿐만 아니라 지역 간 소통의 공간이 됐다.

통상 철로로 단절된 두 지역을 연결하기 위한 공간은 지하도나 고가로, 건널목과 같은 ‘도로’의 모습이다. 하지만 도로는 사람들이 지나는 통로 역할은 하지만 그 자체가 만남의 공간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류동 문화공원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도로가 아닌 ‘공간’으로 두 지역을 연결한 것이다. 철도 상부 인공데크 위에 조성된 문화공원에는 주요 입주민인 젊은 세대와 신혼부부가 함께하는 문화교류 공간으로 키즈광장 및 잔디광장·트랙·플레이가든·피크닉가든 등이 조성됐다. 인근 주민들 모두가 이용 가능한 공원이다.

건축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인공대지 또한 공사 중에도 철도가 계속해서 운행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습식공사인 콘크리트 공사 방식을 배제했다. 대신 조립식 공법으로 현장에서 제작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도 상부로 ‘양중’하는 공법을 채택했다.

오류동문화공간 위 건설된 오류문화센터./사진제공=이남선 건축사진작가




■입주민 위한 특화 설계와 공간 활용

오류동 행복주택의 거주 공간도 입주자인 신혼부부·청년을 위해 특화 설계하고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우선 맞벌이 신혼부부를 고려해 어린이집과 공동육아 나눔터를 설치했다. 보육시설 인근에 신혼부부 특화형 단지를 배치해 입주자의 편의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청년특화 공간과 사회적기업 공간도 조성했다. 단지 인근에 건립된 오류문화센터에는 공연장·꿈나무장난감나라·주민카페·구로문화원·경로당·사회적경제센터 등을 유치했다.

주택 내부 또한 입주민의 성격에 따른 설계를 적용했다. 대학생 특화형(전용 16㎡), 사회 초년생형(전용 29㎡), 신혼부부형(전용 36㎡), 가족중심 커뮤니티형(전용 44㎡) 등 타입마다 별도의 설계가 적용됐다. 사회 초년생형의 경우 다양한 활동과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스튜디오형으로 구성했다. 신혼부부형에는 프라이버시 공간 등을 위해 거실과 침실을 분합문으로 구획했다. 고령자 세대형은 생활 패턴과 피난을 고려해 최하층에 배치하고 가구 내부에 보행용 손잡이 등을 설치했다. 여기에 지면의 높낮이를 활용한 주거 공간과 상업·주차 공간의 분리도 인상적이다. 덕분에 거주민들은 외부 상가 이용객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오류동 행복주택의 애초 기획안은 더 파격적이었다. 철도 상부에 조성된 인공대지 위에 바로 공동주택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철도 운행에 따른 진동과 소음, 거대 구조물 설치에 요구되는 기술적인 문제 그리고 건축비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거주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해당 기획을 시행하지 못하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또 처음 계획된 인공지반은 현재 면적의 약 3배 수준이었으나 공사비·철도안전 문제 등으로 3분의1로 축소됐다. 결국 인공데크에는 공원이, 철도 인근 유휴부지에는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현재의 모습으로 결정됐다.



■유휴부지를 사회적 약자 위한 주택으로

오류동 행복주택이 들어선 부지는 전쟁으로 파괴된 한강 다리를 복구하기 위한 자재를 야적하던 철도 부지였다. 사실상 더 이상 개발할 곳이 남아 있지 않은 서울 시내에서 이 같은 철도 부지는 몇 안 되는 알짜배기 땅이다. 오류동 프로젝트는 서울 도심에 1만 가구 주택공급 목표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사실 이 같은 철도 자투리땅 활용은 해외에서 많이 시도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1970년대 지하철 미타선 니시다이역 옆 차량기지를 활용해 임대아파트인 ‘니시다이’ 아파트를 세웠다. 도심 내 부지확보와 접근성을 고려해 13만 8,000㎡ 규모의 차고 위에 인공부지를 조성해서 아파트를 공급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TGV 역인 몽파르나스역 선로 상부를 인공대지로 조성해 업무빌딩 7만㎡, 상가 15만㎡, 공원 및 광장 3만㎡, 주차장 700면을 건립했다. 오류동 프로젝트는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제대로 시도된 유휴 철도 부지 개발이다. 오류동 행복주택은 ‘2019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공동주거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김기중 심사평가위원은 “오류동 행복주택 프로젝트가 공동주택의 다양성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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