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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공조에 방위비협상 급물살... 코로나 위기가 한미동맹에 기회로

[한미 방위비협정 잠정합의]

재선 노린 트럼프 대폭 증액 요구에 6개월간 난항 겪었지만

지난달 24일 양국정상 '코로나 통화' 계기로 협상 극적 반전

"美日 방위비협상 등은 변수... 승인까지 긴장 늦추지 말아야"

1일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잠정 타결돼 양국 공동발표를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입구에서 한국인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간신히 8부 능선을 넘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은 역대 어느 방위비분담금 협상 때보다 난항을 겪은 것으로 평가된다. 방위비분담금의 대폭적인 증액은 처음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공약사항이었던데다 올해 재선을 앞두고 이를 성과로 홍보할 것으로 예상된 만큼 미국 측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당초 많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정치 이슈가 묻힌 채 각국이 비상상태에 빠지면서 SMA 협상이 오히려 호재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시작된 SMA 새 협상은 무려 6개월이 넘는 장기화 과정을 거쳤다. 미국은 당초 올해 분담금의 5배가 넘는 50억달러(6조원)가량을 제안한 뒤 한 차례 수정을 거쳐 40억달러(약 4조9,000억원) 안팎의 분담금을 요구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수준(약 1조389억원)에서 10% 안팎 인상으로 맞섰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지난 1월14~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6차 회담 이후에는 두 달간이나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3월17~19일 재개된 일곱 번째 회의에서도 한국의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미국의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는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21일 새벽 협상을 마치고 귀국한 정 대사는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견의) 범위를 줄여나가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여전히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지만 우리는 생각이 다르다”고 밝혔다. 3월 안에는 추가적인 대면협상이 힘들 것이라는 점도 암시했다. 그 사이 주한미군은 2월28일 경고한 대로 한국인 근로자 8,500여명 가운데 4,000여명을 1일부터 실제 무급휴직 처리했다.



지지부진하던 SMA 협상이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4일 양국 정상의 전화통화 뒤부터였다. 당시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장비 지원을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응했다. 한미 정상이 코로나19 공조를 통해 동맹관계를 재확인하면서 방위비 금액을 둘러싼 의견 차이도 급속도로 줄일 수 있었다는 평가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오는 11월 대선까지 방위비 이슈를 끌고 가려던 트럼프 입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다른 정치 이슈의 중요도가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며 “주한미군 기능이 일부 마비될 위기까지 처했는데 한미동맹과 이번 협상은 사실상 코로나19가 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두 정상 간 통화에서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관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며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대한 두 정상의 협력과 연대 기류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언론보도는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협상으로 타결될 SMA의 유효기간은 5년이 유력하다. 한미 SMA의 유효기간은 1991년 1차 협정 이후 초기에는 2∼3년으로 유지됐다가 2009년 8차, 2014년 9차 협정에서는 5년으로 합의됐다. 지난해 10차 협정에서만 미국 측 제안에 따라 이례적으로 1년으로 좁혀졌다. 금액의 경우 40억달러보다는 적지만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으로 합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부는 협상을 최대한 신속히 마감해 5월29일까지인 20대 국회 임기 내에 비준을 받을 방침이다. 협정이 타결되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무급휴직 문제도 곧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양국 정상의 최종 승인 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 일본 등 다른 나라와의 방위비 협상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도 변수다. 실제로 정부 관계자들도 이날 오전까지는 당일 합의안 발표 가능성을 높게 점치다가 오후 들어서는 2일 이후 발표에 힘을 보태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 교수는 “SMA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다 보면 동맹의 가치를 매년 돈으로 매기게 되니 한미 양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동맹이 흔들리지 않도록 앞으로도 다년협정을 계속 맺어야 한다”며 “금액의 경우도 실무급에서 실질비용을 먼저 계산해 도출하는 상향식 책정 방안을 생각해 볼 때”라고 조언했다.
/윤경환·윤홍우·허세민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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