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중진의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앵커 출신의 정치신인 배현진 미래통합당 후보가 맞붙는 서울 송파을은 총선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지역구다. 송파을에서 여권이 강세를 보이면 정권안정론이 야당 강세지역인 강남으로 넘어갈 것이고, 반대로 송파을에서 야당이 우세를 나타내면 정권심판론이 한강을 건너 강북 지역으로 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재보궐선거에서 최 후보가 압승을 거둔 지역구지만 초짜 티를 벗고 지역구로 파고든 배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발표되면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후보는 3일 오전 선거 유세 대신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서울시가 잠실운동장에 워크 스루를 설치해 해외입국자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서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최 후보는 오전 선거 일정을 중단한 채 시청으로 달려갔다. 여권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서울시이지만 반대 의사를 밝히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최 후보는 “송파 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오후2시께부터 잠실새내역과 새마을전통시장에서 시작한 최 후보의 선거 유세에서도 ‘친문 호위무사’의 타이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 후보는 “지난해 5월 최재성법을 발의해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감면을 강하게 요청했고, 결국 청와대까지 설득했다”며 “1주택 종부세 문제를 야당을 찍고 포기하겠느냐, 아니면 여당을 찍어 해결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종부세 인상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며 당정청의 방침보다는 지역구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강조한 셈이다. 선거 판세에 대해 묻자 최 후보는 “분위기가 좋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며 “남은 일정을 열심히 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후보는 헬리오시티 아파트 등 핵심 단지를 돌며 유세를 이어나갔다.
이날 오전부터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 앞에서 유세를 시작한 배 후보도 부동산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그는 “통합당은 부동산 세제 부담 완화를 공약으로 전면 내세웠다”며 “반면 여당 후보는 후보와 당의 정책방향이 다르다. 여당에서는 이미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2019년 입주가 시작된 헬리오시티는 규모가 1만가구에 이른다. 유권자는 약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 후보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배 후보는 오전에도 방문했던 헬리오시티를 오후에 다시 찾는 등 공을 들였다. 그는 오후 유세에서 “단지 내 보육시설 확대 등 입주민의 민원에 귀를 기울여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가 현실화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의 다친 발을 걱정하는 입주민을 보며 “지난 2년간 정제된 앵커의 모습이 아닌 딸·자매처럼 다가가려 노력했다”며 기뻐했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당내 역할에 대한 포부를 묻자 그는 “부끄럽지만 ‘참모’를 맡고 싶다”며 “취업준비도 해보고 스쳐가는 월급에 부모님 노후도 걱정해본 적이 있어 국민과 공감하는 보조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후보자의 유세를 취재하며 만난 대다수의 송파을 주민들은 선거 전망에 대해 “접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2018년 선거 때보다는 확실히 배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면서도 “경력 면에서 월등하게 차이가 나 최 후보에 대한 지지세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박형윤·김혜린기자 man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