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영통구의 아파트 가격이 서울 강북권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풍선효과가 확산하며 나타난 결과다. 전문가들은 정책 역효과로 인해 수원 영통구뿐 아니라 인천 연수구 등지에서 집값 역전현상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수원 영통구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4억 7,250만 원으로 강북구(4억 6,550만 원)를 넘어섰다. 도봉구(3억 9,900만 원)와 노원구(4억 4,100만 원)보다 더 높다.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동구)’도 풍선효과로 집값이 오른 지역인데 수원 영통이 상대적으로 더 오르며 나타난 결과다.
수원 영통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노원과 도봉, 강북구 등 3곳보다 낮았다. 하지만 12·16 대책이 발표된 이후 올 1월부터 가격이 급상승해 석 달 만에 ‘노·도·강’ 지역을 앞질렀다. 현재 수원 영통구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서울 중랑구와 같은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서울 노원과 도봉·강북구 역시 12·16 대책 이후 지속해서 가격이 오른 지역이라는 점이다. 12·16 대책이 9억 원과 15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핵심이었던 만큼 서울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이들 지역이 수혜를 받았다. 하지만 가격 상승률은 영통구가 훨씬 앞선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올 3월 30일까지 수원 영통구 아파트값은 14.43%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서울 강북구는 1.05%, 도봉구는 0.91%, 노원구는 1.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인천 연수구 역시 풍선효과가 확산하면서 서울 집값을 따라잡고 있다. 인천 연수구의 지난달 아파트 중위매매가격(3억 9,700만 원)은 서울 도봉구(3억 9,900만 원)수준에 도달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1억 1,400만 원이었던 두 지역의 격차는 현재 200만 원까지 좁혀진 상황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정부가 12·16, 2·20 대책 등으로 구매 기회를 억제하고 매도 의사도 위축시켰다”며 “이런 가운데 풍선효과가 경기도에 집중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정책 역효과로 수도권 집값 지도가 바뀐 일이 과거에도 다수 있었다. 12·16 대책에 앞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수도권 일부 지역의 가격을 급등시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지역이 경기도 과천이다. 과천은 정부가 지난해 7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언급한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고, 높아진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 올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10월에는 과천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서울 송파구를 넘어서는 상황도 발생했다. 당시 역전된 아파트값은 현재에도 이어져 지난달 기준 과천과 송파구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각각 12억 5,500만 원, 12억 5,000만 원으로 과천이 더 높다. 서 교수는 이와 관련 “투기세력을 잡겠다는 정책 목표에 몰두하다 보면 부동산이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는 하나의 경제재라는 측면을 무시하게 된다”며 “정부는 앞으로 정책 역효과를 줄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