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일부 업종에서는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산중공업에 이어 이번에는 쌍용자동차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신규 투자 포기로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지난해 2,819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낸 데 이어 대주주까지 코로나19에 따른 현금 고갈로 지원 중단을 결정함으로써 쌍용차의 운명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정부가 100조원대 기업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기업들의 아우성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등을 늘려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일선 은행들은 자체 여신 기준을 적용해 대출을 거부하고 있다. 재무 상태가 양호하지만 일시적 자금 부족에 처한 중견기업조차 은행에서 외면당하기 일쑤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대기업은 정부 지원보다 내부 유보금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시장에서 자금을 우선 조달하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대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전후방 연관 산업에 훨씬 큰 후폭풍이 밀려올 게 뻔한데도 때아닌 선후 논쟁을 벌이니 기업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정부가 허술한 인식과 대책에 머물면 금융과 산업 논리의 충돌로 망가진 한진해운 사태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문제 기업이 나올 때마다 두더지 잡기처럼 땜질 대책을 거듭하면 기업들은 버틸 수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산업과 금융 관련 부처들을 한데 모아 업종별 종합 지원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무턱대고 돈만 뿌릴 게 아니라 큰 숲을 바라보며 최소 비용으로 최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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