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여야가 재원 마련 방안의 최종 승인 버튼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당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카드는 국회의 동의 없이 승인이 불가하며, 야당이 제안한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또한 발동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원래 소득 하위 70%까지 주기로 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확대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재원 마련 방안으로 추경 카드를 내세웠다. 그러나 막상 추경 통과를 위해 국회를 소집하는 데에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국회법에 따르면 선거기간에도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가 발생할 경우 하루 전에 공고한 후 임시회를 열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정부로부터 재난지원금 추경안을 받은 뒤에야 야당과 논의하겠단 입장이다. 이에 대해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제로 추경이 반영되려면 몇 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차라리 이미 정관이 발표된 하위 70%를 위한 재난지원금부터 하루빨리 지급해야 한다. 이 대표가 불필요한 논쟁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경이 통과되려면 야당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황교안 대표가 5일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일주일 내로 나눠 주는 방안을 제안해 추경의 규모를 늘리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통합당 당내에서도 황 대표의 제안에 반대 목소리가 높은 만큼 여기에만 기대서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통합당 당내에서도 황 대표의 제안에 반대 목소리가 높은 만큼 여기에만 기대서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세돈 통합당 경제담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계속 일괄지급이 당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적극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또한, 6일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황 대표를 겨냥해 발언을 자제해달라는 요구가 한 차례 나온 바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은 통합당 또한 마찬가지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3일부터 올해 예산 512조원 가운데 급하지 않은 예산 항목 20%를 재조정해 저소득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100조원을 마련하겠다고 선전해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 재정의 20%를 재조정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선거 중이라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인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했지만 대답이 없다”며 답변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은 헌법 제76조에 근거해 대통령이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 재정·경제상의 위기 때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면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다. 그러나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은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전격 시행한 지난 1993년 8월을 기점으로 단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다. 심지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발동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양승함 전 교수는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이 실제로 발동될 확률이 전혀 없고 무책임한 얘기”라며 “여야 모두 긴급재난지원금을 선거용으로 활용한다”고 비판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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