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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디지털"...로펌에 부는 '포렌식' 바람

주요 정부기관 활용 늘어나면서

로펌도 관련팀 신설·확대 잇달아

檢 디지털수사 경험 전관 영입도

법무법인 태평양 ENI팀 구성원들. /사진제공=법무법인 태평양




전자정보를 통해 대부분의 업무가 이뤄지는 ‘페이퍼리스(paperless)’ 형태로 기업·사법 환경이 변화한 가운데 국내 법무법인(로펌)들이 디지털포렌식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주요 정부기관이 디지털포렌식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로펌들은 최근 디지털포렌식과 내부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하거나 확대했다. 로펌 디지털포렌식팀은 통상 압수수색 현장대응과 기업 내부조사를 담당한다. 압수수색 현장대응은 검찰이 기업을 상대로 하는 압수수색이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업무다. 내부조사는 기업이 겪을 수 있는 법적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를 차단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2015년에 출범했던 디지털포렌식팀을 최근 ENI(E-discovery & Investigation)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e-디스커버리란 이메일, 계약서, 메시지 등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데이터를 찾아내는 작업을 뜻한다. 해외 규제당국은 방대한 자료를 일정한 전자 형식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태평양은 이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광장 디지털포렌식팀은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비정형 데이터 분석 도구’를 갖추는 등 직접 분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도 기존 디지털포렌식팀 역할에 e-디스커버리를 더해 팀을 개편했다. 세종은 첨단 분석 장비를 도입하고 여러 전문가의 크로스체크가 가능한 리뷰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 내부조사팀 구성원들. /사진제공=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해 7월 팀장과 부팀장을 새로 앉히면서 내부조사팀(디지털포렌식 겸업)을 재정비했다. 팀장에는 검찰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대검 국제협력단장, 미래기획단장 등을 역임한 박은재(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 부팀장에는 많은 내부조사 업무를 수행해온 이력이 있는 손도일(25기) 변호사가 배정되면서 팀 구성이 바뀌었다. 법무법인 지평도 지난달 디지털포렌식팀을 신설하는 동시에 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2007년 국내 로펌으로는 최초로 디지털포렌식 전담팀을 설립해 약 13년이 지난 현재 50~80명의 전문가와 함께하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의 디지털포렌식팀은 지난 2014년 출범 후 꾸준히 규모를 확대해 현재 총 25명의 전문가가 활동 중이다.

디지털포렌식팀 소속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기업의 PC, 노트북 등 저장매체로부터 디지털 정보를 추출해내는 이들, 추출한 정보를 포렌식 분석하는 이들이다. 양 파트에는 모두 정보보안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변호사)가 공존한다. 정보보안 전문가가 정보를 추출하거나 분석하면 변호사가 정보보안 전문가의 행위, 추출한 정보의 내용을 보고 위법적 요소가 있는지를 따진다.

법무법인 화우 디지털포렌식팀 구성원들. /사진제공=법무법인 화우


디지털포렌식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분야인 만큼 로펌에서는 이 분야 수사 경험이 있는 전관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물서류 증거를 기반으로 수사했던 기존 검찰은 디지털화 바람이 불면서 디지털 수사역량을 강화해왔는데, 이때 선구자 역할을 했던 전문가를 데려오겠다는 의도다. 태평양은 최근 대검찰청 디지털 수사 담당관을 지낸 정수봉(25기) 변호사와 이정호(28기) 변호사를 영입했다. 광장 역시 서울중앙지검에서 첨단범죄수사 부장을 역임한 박근범(23기) 변호사가 디지털포렌식팀장을 맡고 있다. 세종에서도 대검에서 디지털포렌식 업무를 총괄했으며 검찰정보화발전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최성진(23기) 변호사가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제 로펌에게 디지털포렌식팀을 만들거나 키우는 일은 필수가 됐다. 대형로펌이 전문인력 등을 역량을 보강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포렌식 관련 업무만을 전담하는 소형 로펌도 생겨날 정도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 업무와 압수수색에서 디지털화 움직임이 크지 않았던 과거에는 디지털포렌식팀 운영이 ‘알짜배기 사업’에 속했다면 지금은 피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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