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 진행되는 아파트를 매매하는 사례가 많다. 매도·매수인 사이에서 분쟁이 없으면 매매계약 이후의 과정은 순조롭게 이뤄진다. 재건축 예정인 아파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매도인이 소유권등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수인이 이전등기를 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주의가 요구되는 경우도 있다. 재건축 조합이 설립돼 매매대상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절차가 상당히 진행된 때다. 이럴 경우 조심하지 않으면 낭패를 겪게 된다. 재건축 추진위원회 단계를 거쳐 재건축 조합이 설립되면 매도인은 조합에 아파트를 신탁해, 입주권을 가진 조합원이 된다. 이때 아파트의 소유권은 재건축 조합에 있지만 매매계약은 전소유자(조합원)와 매수인 사이에 이뤄진다.
이때 매매계약을 완료하기까지 과정이 제법 복잡해진다. 아파트의 소유권이 조합에 있기 때문에 매도인(조합원)과 매수인이 조합의 협조를 받아 조합의 신탁등기를 말소해 매도인으로 소유권을 회복해야 한다. 이후 매수인에게 소유권 이전등기를 한 다음에야 다시 조합으로 신탁등기를 해 등기관계가 완성된다. 매수인이 입주권을 가진 조합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아파트의 소유권이 재건축 조합에 있는 상황에서 매수인으로서는 매우 큰 난관에 빠지게 된다. 특히 최근 수도권과 같이 매매계약 이후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경우에 매도인은 계약 이행에 비협조적이거나 계약을 파기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매수인은 아파트의 소유권이 조합에 있는 상황에서 누구를 상대로 어떤 소송을 제기해야 할지가 문제다.
필자가 매수인을 대리한 사건은 재건축 조합에 신탁등기가 완료된 아파트로서 계약 이후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해 매도인이 계약 파기를 원한 경우다. 또한 매도인과 조합의 사이가 좋지 않아 매도인이 조합의 협조를 구하거나 계약 이행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게다가 계약서에는 매수인이 매도인의 은행저당권채무를 승계하고 잔금에서 공제하기로 했는데, 매도인은 은행저당권채무를 잔금에서 공제하면 안 되고 저당권을 말소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사건에서 재건축조합은 신탁등기를 했지만 실질적인 이해관계자는 매도인이므로, 필자는 매수인을 대리해 매도인을 상대로 조합원명의변경절차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후 조합에는 소송고지를 해뒀다.
법원은 매수인의 손을 들어줬다. 1·2심과 대법원은 매수인이 분쟁의 직접 당사자인 매도인을 상대로 조합원명의변경을 구하는 방법이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분쟁수단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매수인이 매도인의 은행저당권채무를 현실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이를 승계한 후 나머지 잔금만 지급할 수 있다고 판단해 매도인의 거절 사유를 모두 배척했다(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9다255447 판결).
이번 사건에서 매수인이 조합을 상대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조합을 피고 당사자로 하여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사안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매수인은 매도인을 상대로 조합원명의변경을 구하는 판결에서 승소했지만 조합과의 사이에서는 별도의 집행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재건축 조합에 신탁등기가 된 아파트(조합원 입주권)를 매수한 경우에는 여러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계약을 하거나 소송을 함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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