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공약을 쏟아내는 건 이해하지만 여당에서 종합부동산세 감면을 이야기하는 건 신뢰가 안 갑니다. 여태 종부세를 올리겠다고 한 것 아닌가요.”
지난 2008년 총선을 의식해서일까. 4·15총선을 목전에 두고 ‘종부세 감면’ 화두가 뜨겁다. 결정적인 계기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발언이었다. 2일 이 위원장은 “1가구 1주택 실수요자가 뾰족한 다른 소득도 없는데 종부세를 중과하는 건 큰 고통”이라며 종부세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출범 후 총 19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집값 잡기’에 몰두해온 정부의 정책 방향과 사뭇 다른 기조의 발언이, 그것도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국무총리’였던 이 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여당의 방향 선회는 참여정부 시절 겪은 ‘종부세 트라우마’ 때문인 듯하다. 종부세를 처음 도입한 참여정부는 ‘세금 폭탄’ 프레임에 갇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이후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까지 야당에 과반이 넘는 의석을 내주며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시장 분위기는 어떨까. 공시가가 크게 오른 강남 지역의 여당 후보들을 중심으로 종부세 감면 공약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현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그저 ‘총선용 공(空)약’에 그칠 것이라는 게 주된 반응이다. 종부세 세율을 인상하고 대출규제를 강화하자는 취지의 12·16 대책이 나온 것이 불과 넉 달 전이다. 12·16 대책 발표 직후 발의된 종부세 인상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정책이 채 시행되기도 전에 이를 뒤집어버리는 아이러니는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한다.
‘말 뒤집기’는 정책 신뢰도만 깎아 먹을 뿐이다. 잇따른 ‘두더지잡기식’ 대책으로 풍선효과가 수도권 전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바닥을 쳤다. 이 위원장의 발언으로 3년간 이어진 정책 기조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단숨에 뒤집힐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제 국민들은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종부세 트라우마’를 피하기 위한 말 뒤집기가 또 다른 트라우마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y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