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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도 일하다 숨진 기상청 센터장…법원 "공무상 재해"

실신해 머리 다쳤지만 업무 계속

결국 숙소 거실에서 숨진 채 발견

法 "과로·스트레스…급성 심장사"

/이미지투데이




기상청에서 슈퍼컴퓨터 도입 업무를 담당하던 중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센터장에 대한 공무상 재해가 인정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센터장 김모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김씨는 지난 2018년 4월 관사 거실에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센터는 새로운 슈퍼컴퓨터 도입을 추진하고 있었다.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김씨는 이에 난색을 보이는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려 애썼다. 가족과 떨어져 관사에서 지내며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출근하곤 한 김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약 3주 전에도 출근하던 중 실신해 머리를 다쳐 입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입원 중에도 기획재정부 직원이 센터를 방문하자 외출해 직접 슈퍼컴퓨터 도입 예산 지원을 요청하는 등 일을 놓지 못했다.



유족 측은 “슈퍼컴퓨터 도입사업으로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로 김씨가 사망했다”며 순직 유족보상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이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김씨가 과중한 업무로 과로와 스트레스를 겪었고, 이로 인해 질병이 발생했거나 악화해 급성 심장사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김씨가 예산을 확보하려 애를 썼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였고, 사망 전 1주일 동안의 업무시간이 58시간에 달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공휴일이나 주말에도 출근했고, 병원에 입원해서도 일을 한 정황 등으로 미뤄보면 실제로 업무에 투입한 시간은 그보다 더 많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씨가 숨진 채 발견된 현장에도 거실 탁자 위에 노트북이 켜져 있었고, 주위에 각종 업무 자료가 쌓여 있었던 점도 언급했다.

또 재판부는 “김씨는 출근 도중 실신해 머리를 다치고 입원한 상황에서도 업무를 이어가야 했고, 사망 전 1주일간 서울과 세종 등으로 4회의 출장을 다녀와야 했다”며 “사망 전 건강에 이상을 느끼고 휴가를 사용하려 했음에도 갑작스러운 출장과 업무로 인해 휴식을 취하거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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