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갑은 여야 잠룡들이 ‘대권으로 가는 길’을 두고 맞붙는 지역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조국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코너에 몰리자 ‘대권 도전’을 발표했고 ‘저격수’로 파견된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도 맞불 선언을 했다. 격돌을 앞둔 대구를 찾아 이들의 포부를 들어봤다.
“대구를 위해 큰일을 하겠습니다. 함 도와주이소!”
서울경제가 8일 대구 수성구에서 만난 김 후보는 행인 하나 없는 범어동 동일하이빌 아파트 앞에서 홀로 외쳤다. 그의 전매특허인 이른바 ‘벽치기’ 유세다. ‘7전 6패’ 김부겸은 항상 어려운 싸움을 했다. 32년간 한 번도 민주당에 의석을 내준 적이 없는 대구 민심을 바꾸기 위해 지난 20대 총선에 도전장을 냈고 이번에는 조국 사태, 코로나19 확산으로 등 돌린 수성의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김 후보는 “정권 자체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이유 때문에 상대 당이 말하는 대로 심판만 하게 된다면 이 도시에는 대안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총선 레이스가 시작된 지난 2일 곧바로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연이은 악재로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이를 ‘개인기’로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그는 벽치기 유세로 다시 한 번 지역주의 극복에 도전하고 있다. 김 후보는 “수성 골목골목을 찾아다니고 있다”며 “유세차를 통해 그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을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매일 반나절씩 유세차를 타고 수성 주택가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유세 도중 한 아파트 주민이 베란다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손을 흔들자 김 후보도 반갑게 손을 들어 화답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애쓴 노력이 주민들에게 와 닿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3월 추경 예산심의 과정에서 1조394억원을 증액했다. 국회의원 한두 사람이 그 정도 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이게 가능했던 것은 주민들이 4년 전에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그 당이 아니라 김부겸을 뽑아주셨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맏형을 넘어 정치를 바로 세우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주 후보는 문재인 정권 타파에 앞장설 ‘투사’를 자처했다. 그는 탈원전, 울산 선거개입 의혹, 조국 사태, 코로나19 확산 등 여권의 아픈 지점을 사정없이 찌르며 시민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날 황금동 네거리 유세에는 100여명의 인파가 몰리며 주 후보와 통합당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주 후보의 가장 큰 힘은 현 정권에 분노한 대구 민심이다. 만촌동에 사는 시간제 교사 전모(56세)씨는 코로나19가 덮친 대구를 두고 “경제가 안 좋았는데 코로나가 와서 밟혔다”고 성토했다. 두 달 전부터 일자리가 끊겼다는 그는 “주호영이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김부겸이 못해서 통합당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후보도 ‘심판 선거’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불법과 오만·무능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민심을 고스란히 투표장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어떻게 해야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는지 열심히 설득하려 한다”고 밝혔다. ‘돌려막기 공천’에 대해 묻자 “왜 지난 일을 묻느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 후보는 옆 지역구인 수성을에서 4번 내리 보수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나 이번에는 당이 ‘김부겸 저격수’로 수성갑으로 지역구를 바꿔 공천했다. 김 후보를 향해서는 “지금까지 민주당 3년 동안 김부겸이 대구에서 한 일이 무엇이 있느냐. 첨단복합단지, 지하철 3호선 등을 만든 공으로 따지면 제가 한두 번째 손에 꼽힌다”고 꼬집었다.
그 역시 대구·경북 지역 정치인을 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주 후보는 “지역민들은 나라다운 나라, 주호영이 큰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하고 계신다”며 “대구·경북의 맏형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를 바로 세우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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