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완성할 수 있느냐, 후퇴하느냐를 가름하는 선거입니다.”(김원이 더불어민주당 후보)
“힘 있는 목포를 위해서는 어떠한 싸움도 마다 않는 이 박지원이 필요합니다.”(박지원 민생당 후보)
4·15총선을 일주일 남긴 8일, 전남 목포에서는 5선에 도전하는 관록의 정치인(박지원 후보)과 집권여당의 지지를 등에 업은 정치 신인(김원이 후보)이 격전을 이어가고 있다. 목포에서 내리 3선을 한 박 후보는 개인 능력을 강조한 ‘인물론’을 내세웠고 이를 막기 위해 나선 김 후보는 집권여당 지지를 호소하며 대립구도를 짰다. 전남 석권을 노리는 민주당의 김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앞서 있는 가운데 박 후보는 지지층 결집을 통해 막판 역전극을 노리는 형세다.
목포 출신인 김 후보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 행정관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신인이다. 인지도에서 열세인 김 후보는 ‘세대교체’와 ‘여당 승리’를 앞세워 이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사람들이 변화의 시기에 그 변화를 감당하고 가야 한다”며 “이번 선거는 개인을 선택하는 선거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집권 하반기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목포 옥암동의 한 아파트 앞 삼거리에서 집중유세에 나선 김 후보는 “목포가 승리해야 호남이 승리하고, 그래야 민주당이 승리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이어가야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차량 주변에는 1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연설을 지켜봤다. 차량을 타고 지나던 시민들은 창문을 내리고 손을 치켜들며 지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연설을 마친 김 후보는 곧바로 인근 거리로 자리를 옮겨 유권자들과 주먹을 맞대며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5선에 도전하는 박 후보는 경험과 인지도를 내세우며 막판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열세에 몰리고 있지만 ‘바닥 민심’은 자신에게 쏠려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1942년생(79세)인 그는 ‘고령 국회의원’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듯 “제가 나이는 들었지만 다른 후보들보다 훨씬 팽팽하고 팔팔하다”며 건강을 과시했다. 금요일마다 지역구인 목포로 내려와 월요일에 돌아간다는 ‘금귀월래’ 원칙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지켜왔다고 강조하면서 “박지원만은 살려야 한다”고 외쳤다. 유세현장에는 200여명의 선거운동원과 지지자들이 사거리 곳곳의 빈 곳을 채우며 응원에 나섰다. 트로트 가수 박진도씨와 김유정 전 의원도 지원 유세로 힘을 보탰다.
자칭타칭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 후보는 이날 대성동 사거리에서 연 집중유세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박지원이 돼야 이낙연이 대통령이 된다’고 한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전남 대통령’ 이낙연을 원한다면 지지해달라”며 ‘전남 대통령’ 마케팅을 들고 나왔다. 김 후보가 친문 지지층의 대척점에 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지지층 분산을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이곳의 변수는 윤소하 정의당 후보다. 김 후보와 박 후보가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윤 후보 또한 15%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래통합당에서는 황규원 후보가 나섰지만 당선권에서는 다소 멀어진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 민심 또한 두 후보의 전략과 마찬가지로 ‘당이냐, 인물이냐’로 갈렸다. 목포에서 나고 자랐다는 가정주부 김은숙(53)씨는 “목포가 좀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1번’ 김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며 “그래도 젊은 사람이 발전을 위해 미래지향적으로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목포에 거주하는 이정행(78)씨는 “목포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고장을 대변할 수 있는, 중앙정치를 해본 사람이어야 한다. 똑똑한 사람이라면 나이를 먹었어도 상관없다”며 박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목포=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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