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에 대한 단계별 성공보수 (마일스톤)로 4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게 됐다. 기술 수출 이후 마일스톤을 받은 제약·바이오업체가 흔치 않은데다 금액도 업계 최대 수준이다. 기술 수출 후 권리 반환 건으로 실망감이 컸던 국내 제약업계에서 오랜만에 나온 희소식이다.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회사 얀센에 지난 2018년 11월 기술수출한 레이저티닙의 첫번째 마일스톤인 3,500만달러(약 432억원)을 수령할 예정이라고 8일 공시했다. 이번 기술료는 유한양행 자기자본금 1조6,500억원의 2.5%에 달한다. 얀센 측이 이번에 발행한 송장에 따라 유한양행은 2달 이내에 기술료를 받게 된다. 향후 추가 임상시험 및 상업화 과정에서 실패할 경우 기술이전 계약은 종료될 수 있지만 마일스톤 반환 의무는 없다. 2018년 기술수출 당시 계약금으로도 이미 반환의무가 없는 5,000만달러(약550억원)를 받았다.
유한양행은 레이저티닙을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에서도 EGFR(상피세포의 성장 호르몬을 감지하는 수용체)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 대한 표적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올 2월 국내에선 이미 1차 치료제로서 개발을 위한 임상3상에 돌입했고 세르비아 및 말레이시아에서도 임상시험 계획 승인 신청을 완료했다. 임상3상은 국내를 시작으로 전 세계 17개국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380명을 대상으로 레이저티닙과 기존 항암제 게피티니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비교하는 것이 목적이다.
마일스톤 수령은 국내 제약·바이오업체가 실제 수령한 사례가 드물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일스톤까지 지급받으려면 기술수출 계약 이후에 실제 임상시험에 진척이 있어야 한다. 기술 수출 분야 선구자로 주목받았던 한미약품 정도가 베링거인겔하임, 스펙트럼, 아테넥스 3개 업체로부터 마일스톤을 지급 받았다. 그러나 베링거인겔하임을 포함해 4건의 기술수출이 계약 해지된 바 있고 동아에스티도 미국 제약사에 이전한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에 대한 권리를 반환 받아 실망감을 키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술이전이 임상 진척으로 이어지며 신약 탄생의 기대감을 높이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유한양행이 그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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