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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누가 미래를 말하는가

벤처인 ‘규제개혁당’ 깃발도 못꽂아

선거판엔 기업 옥죄는 공약 판치고

유니콘기업은 ‘공공의 적’으로 몰려

포스트 코로나19 이끌 리더십 절실





4·15총선 홍보책자를 접하고 얼마 전 취재했던 ‘규제개혁당’이 떠올랐다. 규제를 혁파해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며 비례정당 창당에 열성을 보였던 벤처기업인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알아봤더니 현실정치의 높은 벽에 막혀 이번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 등록절차를 밟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온라인 정당을 지향하는 만큼 발기인 동의서를 이메일로 받아 이를 출력해 제출했더니 선관위로부터 원본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정당법에 원본이 아닌 사본도 가능하다는 규정이 따로 없으니 불가하다는 것이다. 법률이나 정책에서 허용된 것만 할 수 있다는 포지티브 규제가 가로막은 것이다. 그다음에는 전국 5곳에 시·도당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시설규제가 버티고 있었다. 이 바람에 돈만 주면 수백명의 당원 명부를 만들어주겠다는 터무니없는 제안마저 주변에서 들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각을 세우다 보니 가입을 권유해도 손사래 치는 기업인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괜히 정부에 밉보여 좋을 게 없다는 얘기였다. 후원은 할 테니 당원 명부에서 빼달라는 애걸도 적지 않았다. 결국 창당 일정을 늦추는 대신 ‘규제개혁 당당하게’라는 비정부기구(NGO)부터 만들어 규제 혁파에 나서기로 했다. 그랬더니 많은 기업인들이 마음 편하게 참여할 수 있다며 연락해왔다고 한다. 스스로 미래를 내다보는 ‘앞당’이라고 자부해왔지만 시대착오적인 규제에 가로막혀 유권자 심판을 받기는커녕 깃발도 꽂지 못한 셈이다.

올해 총선에서 처음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지만 다양한 분야의 직능 대표성을 높인다는 본래 취지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높다. 원래 비례대표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국회로 보내 다양한 입법활동을 유도하고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선거법을 무시하고 위성정당을 급조하자 군소정당은 들러리로 전락했다. 비례대표 후보명단을 살펴봐도 범법자나 자격미달자만 보일 뿐 전문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혹시나 하고 새로운 바람을 기대했지만 역시나였다.



지금 같은 미증유의 위기일수록 각 분야에서 전문가를 앞세우고 과감한 규제혁파를 통해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일이 중요하다. 고질적인 규제의 사슬을 방치한 채 아무리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도 ‘깨진 독에 물 붓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각 당의 총선공약을 살펴보면 세계에서 유례없는 규제를 신설해 기업을 옥죄고 투자를 가로막는 것 일색이다. 골목상권을 지키겠다며 복합쇼핑몰의 입지단계부터 까다로운 심의절차를 만들고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다. 다중대표소송·집중투표제 등 대기업을 겨냥한 규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영세 중소기업에 부담을 안겨주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배달의 민족’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는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배달수수료 인상을 문제 삼아 ‘제2의 타다 금지법’을 만들고 세금으로 공공앱을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유니콘 기업이라며 한껏 치켜세우더니 선거를 앞두고 하루아침에 ‘공공의 적’으로 내모는 셈이다. 이런 척박한 풍토에서 과연 누가 미래 스타트업을 꿈꾸겠다는 엄두라도 낼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이번 총선은 정책 경쟁이 실종되면서 과거에 매달리다 보니 미래를 말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의미의 ‘코로나19 리더십’이다. 당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이 시급하지만 폭풍이 지나가고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세상에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하고 우리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비전이나 구상이 절실하다. 지금은 과감한 규제 혁파를 통해 신산업의 싹을 키우고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지도자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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