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가 포함된 다수의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에 보복을 해 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는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가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을 두고 재판부가 호되게 질책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 위반(보복협박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씨의 공판에서 강씨의 반성문을 문제 삼았다. 강씨는 반성문에서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렇게 쓰는 것을 반성문이라고 얘기를 안 할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반성문은 안 내는 게 낫겠다. 이게 무슨…”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전에 수용자로 수감된 적은 없겠지만, 재판부에 내는 건데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이상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나는 고통받으면 그만이지만 범죄와 무관한 자신의 가족과 지인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등의 내용인데 원하는 바가 반성하는 태도를 재판부에 알려주려는 것이면 좀 더 생각하고 쓰는 게 좋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재판부는 “본인이 자꾸 (가족들이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취하는데 상황이 안 좋다”면서 “피해자를 생각하면 너무 안 좋은 상황이다”이라고 부연했다.
강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더는 살아갈 의미가 없으니 극형에 처해달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등 본인도 정신적으로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상태”라고 변론에 나섰다.
한편 이번 ‘n번방’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들 모두 재판부에 앞다퉈 반성문을 제출하면서 형량 낮추기 전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평양원정대’라는 성착취물 공유방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 미성년자 이모(17)군 등 ‘박사방’ 공범 3명은 공판을 앞두고 모두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법관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 강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새 기준 만들기에 착수한 상황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강씨의 ‘박사방’ 범행 관련 수사가 마무리돼 기소되면 두 사건을 병합해달라는 뜻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병합하려는 사건이 성폭력 사건이면 성폭력 전담부가 아닌 우리 재판부에 병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전체 사건을 아우르려면 어느 재판부로 보내는 것이 좋을지 검찰이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
검찰은 관련 수사 결론이 날 때까지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다음 공판 기일을 내달 1일로 정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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