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부룬디 정부와 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신의 보호’를 내세우며 예방 조처를 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부룬디 여당은 국민에게 전 세계를 휩쓰는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일상생활을 유지토록 허용하고 다음달 20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도 일정대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민주방위국민평의회(CNDD-FDD)의 대선 후보인 에바리스트 은데이시미예 장군은 지지자들에게 “염려하지 말라. 신이 부룬디를 사랑하시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다면 이는 신이 부룬디에서 능력을 나타내려는 표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룬디에서 확인된) 3명의 확진자는 양호한 상태지만 다른 곳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룬디에서는 식당과 술집이 여전히 영업 중인 가운데 정부는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진행되는 봉쇄령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인구 1,100만명의 부룬디에서는 여전히 결혼식과 장례식을 비롯해 교회와 이슬람 사원에 수천 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별 유세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정부의 낙관론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수도 부줌부라의 한 시민은 “부룬디 국민이 신의 보호 아래 있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폭발적인 확진자 숫자에 놀라지나 않을까 두렵다”며 “우리는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일부 은행은 일찍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많은 상점과 식당들이 입구에 손 씻는 장소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기준 전국적으로 675명이 격리된 가운데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중부아프리카 책임자인 루이스 무드제는 부룬디 내 격리 시설이 과다한 인원으로 넘쳐나고 비위생적이라면서 전염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의 한 활동가는 “정부가 어떻게든 확진자가 드러나지 않도록 애를 쓰며 선거가 연기되는 상황을 피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외교관은 지금까지 부룬디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내린 조치의 배경에는 의학적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 깔려있다며 부룬디 정부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선거를 강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