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레저스포츠인 블롭점프를 하다가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건에서 업체의 업무상과실치사를 무죄로 본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검 결과를 미루어 볼 때 사인이 익사라고 단정할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수상레저 업체 운영자 A씨의 상고심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에는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 등이 없다”고 밝혔다.
춘천시에서 수상 레저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7년 6월 10일 오후 6시 36분께 B(당시 54세)씨 등 4명에게 블롭점프 놀이기구를 이용하도록 했다. 블롭점프는 공기의 이동을 이용해 널뛰기와 비슷한 원리로 날아올라 물속으로 자유 낙하하는 신종 수상 레저스포츠다. 당시 2층 점프대에서 뛰어내린 B씨는 물에 빠진 뒤 그대로 바지선 밑으로 들어가 완전히 물속에 잠겼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날 오후 7시 49분께 사망했다.
부검 결과 A씨가 평소에 앓던 허혈성 심장질환(급성심근경색 포함)이 사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조사됐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물을 흡입함으로써 익사의 기전(메커니즘)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내용도 부검 결과에 포함됐다.
검찰은 물에 빠진 이용자가 바지선 밑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A씨가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A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인을 익사로 단정하기 어려웠고 심장이 비대해진 점 등으로 볼 때 피해자가 평소 지니고 있던 허혈성 심장질환이 사인일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점프나 입수 시 충격과 공포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장의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는 만큼 입수 전에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부검 결과 기도 내 포말, 플랑크톤 검출 등 익사로 판단할 수 있는 소견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피해자가 물에 빠지기 즈음하여 이미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생명 징후가 약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에 대한 1·2심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그리고 1·2심과 같이 A씨가 수상 레저사업자 등록 사항을 변경하지 않고 블롭점프를 설치해 운영한 혐의(수상레저안전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 벌금 300만원을 확정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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