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풀렸건만 무대를 감싼 한기는 풀릴 줄 모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공연계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5월 예정된 대학로 최대 축제 ‘서울 연극제’도 규모를 크게 줄여 진행하기로 했다. 연극판의 부흥을 외치며 지정된 ‘2020 연극의 해’가 무색하게도 잇따른 공연 취소와 연기에 2020년 연극판은 춥고 아프기만 하다.
서울연극제 사무국은 내달 2~31일 대학로 주요 공연장에서 열릴 서울연극제의 개막행사와 주요 특별 프로그램을 모두 취소하고 일부 공연은 무관객 온라인 하이라이트 공개로 대체한다고 12일 밝혔다.
1977년 연극 발전을 목표로 시작해 올해로 41회째를 맞는 서울 연극제는 다양한 창작극을 개발하고 관객과의 접점을 모색하는 대학로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감염 우려 속에 100인의 관객평가단 및 연극 무대·의상 체험 홍보부스 운영, 배우와 시민이 함께하는 낭독극장 등 시민참여형 특별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됐다. 탈극장 무료 공연인 프린지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는 무관객으로 진행한 뒤 하이라이트 영상을 유튜브에서 공개하는 방식으로 대체한다. 공식 선정작 8편은 일정대로 무대에 오르지만, 거리두기 좌석제로 객석 규모는 크게 줄었다. 선정작은 △혼마라비해? △전쟁터의 소풍 △죽음의 집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만약 내가 진짜라면 △피스 오브 랜드 △환희 물집 화상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로 현시대에 가득 찬 욕망을 각각의 형식과 시선으로 표현한다.
지춘성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최우선에 두고 특별 프로그램 취소 결정을 어렵게 내렸다”며 “대폭 축소됐지만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힘들어하는 시민들과 연극계에 새로운 도전과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축제 기간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극장 시설 방역, 열화상 카메라 설치 및 체온 측정, 소독제 비치, 공연장 출입 인원 문진표 작성 등 철저한 감염 예방책을 실시할 계획이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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