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3일 대법원에서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 특수성이 반영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이 시급히 설정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여가부는 이날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관련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 장관과 김 위원장이 관련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면담에서 양형 시 피해자 연령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 디지털 성범죄는 초범 및 상습범의 차이,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의 정도나 피해 정도의 판단에 있어서 일반 범죄와 다르게 인식해야 하는 점을 강조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초범이라도 온라인상 파급력의 차이가 없으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재배포 등 확산 가능성에 비춰볼 때 실질적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유포 범죄도 엄격한 양형이 필요하다는 점 등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반영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피해자가 피해를 인식한 시점에는 이미 온라인상에서의 전부 삭제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유포된 경우이고, 피해 규모를 특정하기도 어려운 측면을 양형 설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장관은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촉구하는 엄중한 국민적 요구에 양형위원회에서도 적극 공감했다”며 “양형기준이 만들어지면 해당 범죄의 예방뿐만 아니라 처벌이 강화되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이 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소속 독립위원회인 양형위원회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성폭력처벌법 제14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성폭력처벌법 제13조) △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등 3가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검토하고 있다.
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설정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를 벌인다. 추후 양형기준 안이 의결되면 양형위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 양형기준을 확정·공개하게 된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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