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경기도 고양시 아파트 분양가가 서울 목동을 추월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분양가에 포함되는 택지비 가격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지자체와 정부(주택도시보증공사)의 각기 다른 분양가 심사 잣대가 작용하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 덕은지구에 분양하는 ‘DMC리버파크자이(A4블록)’와 ‘DMC리버포레자이(A7블록)’의 3.3㎡당 분양가가 각각 2,583만 원, 2,630만 원에 결정됐다. 고양시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3.3㎡당 2,000만 원 중반대 가격에 통과된 것이다. 이는 종전보다 제법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 덕은지구에서 선보인 새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800만 원대였다.
이 같은 분양가는 서울보다 높다. 이달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분양하는 ‘호반써밋목동(신정2-2구역 재개발)’의 3.3㎡당 분양가(2,488만 원)보다도 비싼 수준이다.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분양한 ‘더샵파크프레스티지(2,200만 원)’, 서대문구 홍은동 ‘홍제 가든플라츠(2,300만 원)’보다도 높다. 서울 양천구의 아파트 시세가 동일 평수 기준으로 경기도 고양시보다 수 억 원 이상 더 비싼 데도 분양가는 정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표면적 이유는 택지 조성비 반영 때문이다. DMC리버파크자이와 DMC리버포레자이는 도시개발사업지구에 조성되는 주택이다. 도시개발사업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땅을 매도하는데 수도권 일부 사업지에선 사업자가 땅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높게 제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단지의 사업 시행사인 ‘화이트코리아’ 역시 토지를 기존 낙찰자보다 훨씬 높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지자체와 정부 간 서로 다른 심사기준 적용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민간택지에 대해선 HUG의 분양보증서를 볼모로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이나 공공택지개발지구 등에선 지자체 분심위가 가격을 직접 제한한다. 통제 방식이 분리돼 있다 보니 일부 지역에선 가격을 더 강하게 옥죄고, 일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호반써밋목동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진행해 HUG의 가격 통제를 받았다. HUG는 현재 같은 지역구 단위에서 1년 이내 입지·규모 등이 유사한 분양단지가 있으면 이와 비슷한 수준의 분양가로 책정하도록 지정하고 있다. 호반써밋목동은 이에 따라 분양가가 지난 2018년 분양한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3.3㎡당 2,398만 원)’와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반면 지자체 분심위는 이보다 유연하게 가격이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달 인천에서는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가 인천 내 최고 분양가인 3.3㎡당 평균 2,230만 원에 청약을 진행한 바 있다.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1억 원 이상 높다는 평가다. 지자체 분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이와 관련 “지자체에서는 분양가 결정을 할 때 여론의 향방을 살펴 결정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정부 정책을 강력하게 반영하는 HUG와 비교하면 분양가 통제 수위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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